알아서 차선 바꾸고 충돌 경보까지 울려
전세계 자동차 회사들은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자율주행시스템 개발에 전력투구 중이다. 자율주행은 차량이 알아서 목표지점까지 이동하는 자동운전시스템과 운전자가 볼 수 없는 사각지대까지 파악해 돌발상황을 알려주는 커넥티드 시스템으로 나눈다. 이 시스템들이 장착된 차량을 최근 일본 도쿄에서 시승했다.
시승은 토요타 ‘크라운’과 렉서스 ‘GS450h’등 두 대의 차량으로 이뤄졌다. 이 중 크라운은 시판용 차량이고 렉서스는 시승을 위해 개조한 시험차량이다.
우선 크라운을 타고 도쿄에서 시내 주행을 해봤다. 아오미 1가 사거리에서 우회전이 가능한 녹색 진행신호가 켜져 우회전 하려는 순간 계기판에 주의 표시가 들어오며 요란하게 경고음이 울렸다. 급히 브레이크를 밟자 맞은편에서 우회전을 기다리는 버스 오른쪽으로 붉은색 승용차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만약 경고음이 울리지 않았으면 붉은색 승용차와 충돌해 대형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일본은 우리와 반대로 차들이 도로 왼쪽으로 통행한다. 대부분 교차로에서 신호가 녹색이면 직진과 좌ㆍ우회전이 가능한데 우회전 할 때 맞은편 직진 차량이 다른 차량이나 고가도로 교각 등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아 사고 위험이 높다.
그래서 토요타는 신호등 위에 감지기를 장착해 우회전 차량에 위험 신호를 보내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현재 이 시스템이 장착된 차량은 ‘크라운’뿐이고 감지기는 도쿄 시내 5곳에만 설치돼 있다. 하지만 토요타는 올해 안에 출시하는 신형 프리우스와 렉서스에 이 시스템을 확대 적용할 예정이며 일본 경찰도 감지기를 전국에 설치할 방침이다.
렉서스를 이용한 두 번째 시승은 도쿄 수도고속도로 7㎞구간에서 진행됐다. 아리아케 인터체인지를 통과하자 계기판에 ‘준비(Ready)’ 글자가 주황색으로 반짝였다. 운전대 왼쪽에 붙어 있는 자율주행 스위치를 누르고 손을 떼자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았는데도 자동차가 속도를 높이며 오른쪽 방향지시등까지 켜고 차선을 바꿔 달려 나갔다. 차량 범퍼 전면과 후면, 좌우 측면에 6개의 레이더를 부착한 시험차는 회전구간에서 속도를 줄이고 전방에 차가 없으면 제한속도까지 가속해 알아서 목적지로 향했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고속도로 자율운전을 상용화하고 이후 일반도로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밀한 도로지도, 차량과 도로 및 차량과 차량을 연결하는 통신 시설, 차량 및 보행자와 섞일 경우 대처 방안을 갖춰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토요타의 세이고 구즈마키 안전기술담당 부장은 “토요타가 5,000만 달러를 들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탠포드대와 공동으로 연구센터를 설립해 인공지능 연구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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