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0과1의 조합

입력
2015.11.02 20:00
0 0

1993년 <돈의 죽음>을 쓴 월터 조엘 커츠먼은 “전화선을 통해서 광섬유 고속도로를 통해서, 위성을 통해서, 전파중개소를 통해서 전송되는… 연산의 기본단위, 곧 0과1의 조합에 지나지 않으며 만질 수도 없으며 감촉도 없고 무게나 중량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제 돈은 이미지”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이미 탈물질화한 돈은 지금 정보의 형태로 지구 반대편까지 광속으로 전달된다. 신용카드를 비롯해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이 출현하면서 돈은 이제 손안의 은행인 휴대폰을 통해 정보로 처리되는 세상이다.

▦ 하긴 일상을 보면 현금이 필요 없는 시대다. 집에서 나와 편의점에서 담배와 음료수를 신용카드로 사고, 전철은 교통카드로 찍고 출근한다. 점심 저녁 술자리, 밤늦게 택시를 타고 귀가할 때도 현금은 없어도 된다. 100원짜리 동전 하나 없이 돌아다녀도 불편함이 없다. 가장 권위의 상징이던 월급봉투는 사라진 지 20년은 족히 됐다. 물론 당구나 골프 내기 할 때나 경조사비를 낼 때 외에는, 평소에는 기껏 길거리에서 김밥이나 어묵을 사 먹을 때나 현금 몇 푼이 필요할까?.

▦ 돈과 관련된 한자에는 조개 패(貝)자가 많이 들어있다. 오래 전 조개껍데기가 돈처럼 쓰였기 때문이다. 매매(賣買) 재(財) 보(寶) 탐(貪) 등이 그렇다. 로마시대에는 소금이 화폐로 사용됐다. 영어로 월급(salary)이 소금(salt)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자본(capital)도 예전 아프리카와 유럽 등지에서 교환수단으로 사용됐던 소(cattle)와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후 동전과 지폐가 출현했으나, 이젠 기술개발을 통해 신용카드 ATM 디지털화폐 등이 등장하면서 돈은 사이버세계의 몫이 됐다.

▦ 얼마 전 여신금융협회는 경제의 비효율을 개선하고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현금 없는 사회’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 이스라엘은 지난해 5월 ‘세계 최초의 현금 없는 국가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고, 프랑스도 올해 9월부터 현금 결제 상한액을 1,000유로(약 125만원)로 제한하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를 추진하는 이유는 비용도 줄이고, 지하경제규모를 축소해 세수를 확충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하긴 5만원권이 불법 도박업자들의 손에 들어가 땅에 파묻혀 보관된다니 그런 주장이 나올 만도 하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