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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우린 무엇으로 변해있을까

입력
2015.1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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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일 안에 사랑하는 사람을 찾지 못하면 짐승으로 변하는, 앞으로 닥칠지도 모를 미래에 대한 영화를 봤다. 우스꽝스럽기도 서글프기도 한 설정이었는데, 우스운 장면에서 막 웃게 되지도, 슬픈 장면에서 막 슬퍼지지도 않는 게 기묘했다. 감정이 임계지점을 넘을만하면 거름판 같은 것으로 슬며시 솎아버리는 기분이었다. 남자 배우 이름도 얼굴도 낯익었는데, 덥수룩한 수염과 볼록 튀어나온 아랫배는 알고 있던 그 배우의 모습이 아니었다. 다른 배우 역시 비슷했다. 어느 영화에선가 본 배우들이지만, 다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연기의 감쪽같음이나 연출의 탁월함에 감탄하기보다 어느 특정한 고립 상황에서 드러나게 되는 사람의 전혀 다른 모습에 대해 생각해봤다. 작은 영화관이라는 공간, 나란히 앉은 친구의 옆얼굴을 흘낏 훔쳤다. 이 사람은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이 과연 맞는가, 문득 의심스러웠다. 반대로 그 역시 나를 자신이 알고 있던 그 사람으로 여전히 인식할까, 궁금해졌다. 영화가 끝났다. 불이 켜지고 친구를 봤다. 내가 아는 사람이 맞다는 확신과 동시에 45일 후, 이 친구나 나나 또 어떻게 변해 서로를 낯설어 할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극장을 나와 영화 정보를 살폈다. 남자 배우는 콜린 파웰. 영화를 위해 18㎏을 찌웠다고 했다. 영화 제목은 ‘더 랍스터’. 영화 내용과는 별 상관없는 얘길 한 것 같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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