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배출구로… 생태계 파괴 우려
공장 이전 운동도 탄력 받을 듯
서울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이 비밀배출구를 통해 폐수를 무단 방류하다 적발돼 사법기관에 고발됐다. 도심 비적합 시설로 지목, 삼표레미콘 공장의 이전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서울 성동구는 성수동 삼표산업 성수동 공장(삼표레미콘)이 비밀배출구를 통해 폐수를 무단 방류하는 현장을 적발해 행정조치 했다고 2일 밝혔다. 성동구는 지난달 27일 시민 장모씨로부터 “비가 올 때마다 중랑천과 연결된 삼표레미콘 하수구에서 뿌연 거품이 나온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 점검을 했다. 성동구는 이날 오전 9시쯤 삼표레미콘 공장에서 집수조에 모아진 폐수가 전량 수질오염방지시설로 유입돼 처리되지 않고 비밀배출구를 통해 폐수 일부가 하천으로 유출되는 폐수무단방류 현장을 적발했다. 산업 폐수 무단 배출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상수원을 오염시켜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금지행위로 일체의 배출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구는 삼표레미콘측의 비밀 배출구를 통한 무단 폐수 방류에 대해 행정조치를 취하는 한편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폐수 무단방류 행위는 방류수질 및 수생태계보전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 적발된 업체는 사법기관에 고발돼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처분과 행정관청으로부터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구는 이날 현장에서 채취한 시료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보내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이승술 맑은환경과 수질관리팀장은 “하수구에서 중랑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오수를 확인하고 하수구 관로를 역순으로 따라 가보니 삼표레미콘 집수조 물이 하수구로 통하는 관로를 따라 유출되고 있었다”며 “삼표레미콘도 현장에서 폐수 무단배출을 확인해 시료를 채취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 의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구는 이와 함께 삼표레미콘 공장 이전도 강력히 추진하기로 했다. 삼표그룹 계열사인 삼표산업은 1977년 7월부터 성수동 1가에 부지 2만8,000㎡ 규모의 레미콘 공장을 가동해왔다. 레미콘 공장 부지의 약 80%(2만2,924㎡)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 소유로 삼표산업은 임대료를 내고 사용하고 있다. 나머지(5,949㎡)는 국ㆍ공유지로 대부분 점용허가를 받아 공장 부지로 활용하고 있다. 공장 인근에는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는 수변 공간과 1,000만 서울시민의 허파인 서울숲이 있다. 하지만 38년간 소음과 미세먼지, 매연, 도로파손 등으로 주민불편이 가중되면서 공장 이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올 2월 삼표레미콘 공장 이전 필요성에 대한 여론조사를 시작으로 이전추진위원회 구성, 서명운동 등 범구민 차원의 이전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 달 22일 성수동을 방문해 성수동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공장이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임기 내 이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표레미콘 측은 “40년 이상 공장을 운영하면서 폐수 무단 방류로 적발된 사례가 없고 폐수의 성분, 유출 경로 등을 놓고 구청과 현장 직원 간 현격한 입장차가 있다”며 “당사 과실이 확인되면 응분의 책임을 지겠지만 이번 사안이 구청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공장 이전 추진과 관련된 것이면 기업 활동의 자유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반박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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