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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Bless your heart. (잘 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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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Bless your heart. (잘 되셨네요.)

입력
2015.1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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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대공황시대에는 언어의 표현도 달랐다. 동네 supermarket에서 손님이 ‘May I have a half pound of rat cheese, please, Mr. Johnson?’이라고 물으면 주인은 상품을 건네며 ‘Is there anything else, please?’라고 물었다. 고객은 다시 ‘No, thank you’라고 응답하고 주인은 ‘Have a nice day’라고 인사를 했다고 한다. 주인이나 손님 모두 극진하고 예절을 갖춘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오늘날에는 어떤가. 고객이 알아서 진열대에서 물건을 골라 shopping cart에 집어 넣고 계산대(check-out counter)에서 계산을 하면 cashier와 간단한 인사를 한다. 일반 양판점이나 Walmart의 나이 드신 점원은 가끔 ‘Have a nice day’라고 인사를 하는데 그 의미는 80년 전과 다르게 해석된다.

흔히 manners와 polite 개념은 다르다고 한다. Twitter나 SNS의 기록을 분석해 보니 ‘현대인은 예절보다는 냉소와 비판적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형 마켓에서 점원이 건네는 ‘Have a nice day’도 진심으로 ‘하루 즐겁게 보내세요’가 아니라 형식적인 예절 인사인 경우가 많아졌다.‘Nice!’는 칭찬이나 격려의 말이지만 어떤 아빠는 아이들에게 ‘Fuck you’라고 욕하고 싶을 때 ‘That’s nice’라고 말하라고 한다. 자신은 속으로 욕하면서 상대에게는 욕으로 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칭찬의 반어법 표현은 더 다양하게 발전하는 추세다. 호주의 직장에서 ‘Thanks, champ’ ‘Well done, chief!’ ‘Cheers, boss!’처럼 말하는 것도 ‘부장님 멋진데요’의 칭찬만은 아니다. 멍청한 얘기를 듣고도 ‘You’re entitled to your opinion’이라고 말하거나 자신과 의견이 맞지 않을 때 ‘We’ll have to agree to disagree’나 ‘That’s what makes horse races’라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With all due respect’(다 좋은 얘기입니다) 또한 형식적인 매너의 말일 뿐이다. 때문에 의견이 다를 때에 ‘Well, that’s different!’ ‘Well, isn’t that interesting!’ ‘Hm, interesting perspective’ ‘I’ll keep that in mind’라고 말하면 눈치껏 해석해야 한다. 배려의 뜻으로 ‘That must take up a lot of your time’ ‘You must have had a lot of fun doing that’이나 ‘What an unusual viewpoint!’라고 말하거나 간단하게 ‘Unique!’ ‘Effective!’라고 말하는 것도 동감이나 격려보다는 ‘의례적인 동정’일 뿐이다. 어떤 사람이 ‘Aren’t you creative?’라고 말할 때 이는 ‘참 창의적이시네요’라는 감탄이 아니라 한국에서 ‘그것도 창조경제입니까?’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냉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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