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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제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답습할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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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제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답습할 가능성 커져”

입력
2015.1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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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평가절하는 中 경기둔화 방지책

10년간 3% 성장 유지하려면 정책·행운 따라야

美 금리 인상 땐 위안화 추가 절하 가능성

신흥국 등 글로벌 경제에 큰 타격 우려

미국 신용확대 기반한 글로벌 성장모델 종료

위안화 가까운 미래에 기축통화될 수는 없어

미국발 신용 확대에 기반한 글로벌 경제의 거품 붕괴를 예견한 경제분석서 '달러의 위기'의 저자로 명성을 얻은 리처드 던컨은 5일 차이나포럼 강연을 통해 중국·미국 주요 2개국(G2)의 통화ㆍ외환정책을 중심으로 향후 글로벌 경제를 전망한다.
미국발 신용 확대에 기반한 글로벌 경제의 거품 붕괴를 예견한 경제분석서 '달러의 위기'의 저자로 명성을 얻은 리처드 던컨은 5일 차이나포럼 강연을 통해 중국·미국 주요 2개국(G2)의 통화ㆍ외환정책을 중심으로 향후 글로벌 경제를 전망한다.

"중국 경제가 90년대 이후 일본 장기침체와 비슷한 위기를 겪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단행된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 당국이 그간의 위안화 국제화 노력을 뒤로 미루고 수출을 촉진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조치였다. 중국 경기가 계속 둔화된다면 위안화 추가 절하가 단행될 테지만, 이는 중국 교역상대국 및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달러의 위기'(2003)의 저자이자, 저명 투자전략가 겸 이코노미스트인 리처드 던컨이 5일 한국일보·코리아타임스 주최로 열리는 '2015 차이나포럼'에 연사로 참석하기 앞서 본보에 보낸 강연문의 요지다. 흔들리는 중국 경제에 대한 가차없는 진단은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로 통하는 그의 명성을 절로 떠올리게 하지만, "미국이 결국 네 번째 양적완화(QE·채권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에 나설 것이고 세계경제도 부양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그의 대표작 '달러의 위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다소 의외다. 과도한 달러화 발행으로 조성된 글로벌 신용경제의 붕괴를 경고해온 그가 지금은 미국을 향해 4차 QE를 단행해 '해결사'로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던컨은 방한을 앞두고 본보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내가 '달러의 위기'에서 경고한 거품은 2008년에 (이미)터졌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예언'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현실화된 이후 세계경제는 디플레이션 위기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QE를 통한 유동성 추가 공급이 그가 주장하는 위기의 근본적 해법은 아니다. (던컨은 최신작 '신용천국의 몰락'(2011)에서 '재정확대를 통한 정부의 신성장산업 투자'를 위기 극복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그는 "1930년 미국 정부처럼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도 대안 중 하나이지만, 그 결과는 세계 대공황이었다"며 당장의 경기침체를 막는 것이 급선무라는 현실론을 피력했다.

-미국과 중국, 주요2개국(G2)의 불안이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G2의 성장ㆍ발전 모델이 한계에 부딪쳤다. 1971년 금 본위제에 기반한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로 달러 본위제라는 새로운 국제통화체제가 탄생했다. 미국은 어떤 통제도 받지 않고 달러화를 발행하며 채무와 무역적자를 늘렸다. 미국의 대량 수요는 다른 나라들이 수출주도형 전략을 펼칠 수 있도록 유도하며 글로벌 경제 붐을 촉발했다. 특히 중국이 최대 수혜국이 됐다. 하지만 2008년 이후 미국민들이 과도한 채무에 시달리면서 소비와 수입이 감소세로 돌입했고, 미국 수요에 의존해 성장하던 글로벌 경제 또한 위기를 맞았다. 중국 경제 역시 미국이 더 이상 중국 상품 구매를 늘릴 수 없게 되면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현재 경제위기 상황에서 가장 약한 고리가 신흥국이라고 지적한다.

"수출 및 투자 주도형 경제성장을 해온 중국 경제모델이 위기에 빠진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중국 상품을 받아줄 나라(미국)가 더 이상 없기 때문에 중국 산업 대부분이 생산과잉에 봉착하며 추가 투자가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중국이 원자재 수입을 줄인 결과 원자재 가격이 폭락했다. 중국이 더 이상 글로벌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못하면서 심각한 성장 중단이 일어났다.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자금 유출도 신흥국 경제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최근 몇 년 동안 달러화 등 과도한 외채를 빌려다 썼는데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흥시장의 자금 회수가 가속화되고 있다."

-위안화의 추가적 평가절하를 점쳤다. 예상 시기는.

"중국 경제가 심각한 압박을 받다 보니 정책결정자들은 수출과 경제성장을 위해 위안화를 평가절하하고 싶어한다. 절하 단행 시점의 최대 변수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인상할 경우 위안화는 평가절하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 금리 인상이 없다고 해도 중국이 대규모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경제가 계속 악화될 경우 위안화 절하를 경기침체를 막는 비상대책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원자재 가격 하락, 신흥국 통화 약화, 국가 채무위기 확산 등 전세계 국가들이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기업 수익이 바닥을 칠 것이고, 글로벌 증권시장은 대량 매각 사태를 맞게 될 것이다."

-위안화 평가절하와 미국 금리인상을 연계해서 보는 이유는.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가치는 양국 정부가 항시적으로 협상해야 할 사항이다. 미국 정부는 위안화 평가절하를 원치 않는다. 자국 수출업자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해마다 5,000억달러 규모의 상품을 수입하는 터라 자칫 디플레이션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무역 흑자는 3,400억달러였다. 중국 인민은행 개입만 없다면 위안화는 오히려 절상돼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미국 정부의 시각이다. 반면 중국은 달러화가 유로화 및 엔화에 대해 강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위안화 환율은 달러화와 연동되는 터라, 강달러는 위안화 강세로 이어지며 중국의 대유럽·대일 수출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국은 달러화와 위안화를 평가절상하는 효과를 주는 미국 금리인상에 반대한다. 지난 8월 전격 단행된 위안화 평가절하는 '미 연준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중국은 위안화를 절하하겠다'는 일종의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위안화의 대규모 평가절하는 연준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다. 미국 물가를 끌어내려 연준이 계획하는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8월 위안화 절하 조치를 두고 중국 당국이 환율 결정에 있어 시장가치를 보다 중시했다는 점에서 '위안화 국제화' 노력의 일환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달러화는 미국이 전세계 국가를 상대로 매년 대규모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는 이유 만으로도 가장 중요한 기축통화라 할 수 있다. 해마다 각국이 수천억달러 규모의 달러화를 축적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또한 각국 정부는 이렇게 보유한 달러화로 미국채 등 달러화 표시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중국이 대규모 무역 흑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위안화는 중요한 기축통화가 아니다. 중국이 미국처럼 대규모 무역 적자를 낸다면 위안화 국제화에 진전이 있겠지만, 이 경우 중국 내 공장 근로자 수천만 명이 직장을 잃으면서 사회불안정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위안화는 가까운 미래에, 아니면 영원히 중요한 기축통화가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성장률이 향후 10년 동안 평균 3%대에 머물 것이란 전망도 내놓은 바 있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고 보는 것인가.

"미국은 2차대전 이후 글로벌경제 성장을 주도해왔다. 물론 오늘날 미국은 이러한 주도자 역할을 계속 수행할 만큼 충분히 성장하고 있진 않지만, 다른 국가가 미국의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미국보다 더 큰 무역 적자를 감내하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990년 일본의 거대한 거품경제가 터졌을 때 당시 일본은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중국은 당시 일본이 처한 상황과 똑같다. 중국에는 거대한 경제적 거품이 있고, 그들이 향후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중국은 거품 경제가 심각한 경기침체로 붕괴되지 않기 위해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게 될 것이다. 중국이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3% 성장을 달성하려면 재정적자 확대 등 무수한 정책적 조치에 더해 많은 행운도 따라야 할 것이다."

-미국이 4차 QE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이 오랫동안 공언해온 금리인상 계획을 접을 수 있을까.

"중국 및 신흥국뿐 아니라 미국 경제 역시 현저히 약해지고 있다. 신용 확대에 기반한 기존 성장 방식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힘을 잃자, 연준은 달러를 찍어내 자산가격을 올리고 소비를 진작시키는 '부(富)의 효과'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성장을 촉진해왔다. 그러나 1차 QE와 2차 QE가 끝날 때마다 미국 자산가격은 하락했고, 연준은 경기 침체 방지를 위해 다시금 새로운 QE를 시작했다. 3차 QE가 끝난 지금, 같은 형태의 과정이 반복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설 가능성이 큰 상황 또한 연준의 금리인상 단행을 어렵게 하는 조건이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리처드 던컨은 미국 출신의 투자전략가 겸 이코노미스트다. 미국 반더빌트대(1979~83년)에서 문학 및 경제학, 밥슨대(~86년)에서 국제금융을 각각 전공한 그는 홍콩에서 주식 애널리스트로 금융계에 입문한 뒤 ABN암로자산운용 런던지점(글로벌 투자전략 책임자), 세계은행 워싱턴 본부(금융부문 전문가), 살로몬브라더스 방콕지점(주식 리서치 부문장) 등을 거쳤고, 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 땐 태국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던컨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주제로 책 3권을 낸 저술가로도 명성이 높다. 특히 2003년 발행한 첫 책 ‘달러의 위기’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귀결된 거품경제 붕괴를 예견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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