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장애인에게 직접 물어보고 당사자에게 필요한 지원을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장애인에게 직접 물어보고 당사자에게 필요한 지원을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입력
2015.11.02 18:40
0 0

“장애인에게 직접 물어보고 당사자에게 필요한 지원을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첫 시각장애인 변호사로 기록된 김재왕(37) 변호사는 2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법관과 법원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에 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생물학과를 나와 2012년 같은 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한 김 변호사는 같은 해 제1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현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에서 장애인 권익 증진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았던 그는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걸 장애로 여기지 않고 일반 학교를 다니며 공부했다. 그는 2001년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나머지 한쪽 눈의 시력을 잃어가면서 장애를 인식하게 됐다고 말한다.

김 변호사는 “흔히 장애는 신체적ㆍ정신적 손상으로만 바라보지만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로스쿨 입학을 위해 법학적성시험(LEET)과 텝스(TEPS) 시험을 치를 때를 예로 들었다. 김 변호사는 태어난 후 시력을 잃어 점자 등을 익힌 일반적인 시각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점자 문제지나 확대 문제지로 시험을 볼 수 없었다. 점자는 익숙하지 않아 읽는 속도가 느렸고, 시력을 잃어 확대 문제지는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로스쿨협의회에 글자를 음성으로 변환해 읽어주는 컴퓨터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해 이 기기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텝스 시험을 볼 때는 사정이 달랐다. 시험 주최 측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김 변호사는 듣기 평가만 풀고 나머지 문제들은 찍어야만 했다. 다행히 그가 지원한 로스쿨은 영어시험 성적의 하한선 등 제약을 두지 않아서 텝스 성적이 합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는 “로스쿨이나 텝스 시험을 볼 때 나는 바뀐 것이 없다”며 “다만 음성형 컴퓨터를 제공 받았는지 여부, 로스쿨에서 영어시험 성적을 합격 기준으로 삼았는지 여부 등의 주변 환경이 바뀐 것에 따라 내 인생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법관과 법원 직원들에게 장애인을 대할 때 필요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장애인을 존중하고 보호자처럼 행동하지 말고 신중하게 인내심을 보여달라”며 “무엇보다 통역사나 활동보조인과 대화하지 말고 당사자인 장애인과 직접 소통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법원의 초청으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에 참여한 김 변호사는 이날 서울서부지법을 시작으로 12월까지 전국 11개 법원에서 법관 등을 대상으로 강연한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