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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기로 만드는 아날로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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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기로 만드는 아날로그 이야기

입력
2015.11.0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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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꿨다. 우리는 이제 수첩을 뒤적이며 친구의 연락처를 찾지 않고, 소식을 묻기 위해 편지지를 사고 우표를 붙이지 않는다.

함께 놀러가 촬영한 사진을 인화해 나누는 것도 보기 힘든 풍경이 됐다.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해 그 자리에서 공유하는 작업이 너무나 간편해졌으니까. 음악 프로그램이 기타 연주를 대신해주고, 물감이 없어도 프로그램 툴에서 온갖 컬러를 칠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 마음은 청개구리 같다. 이토록 편리한 시대건만, 이 편리가 우리를 지배할수록 마음 한 켠에선 아날로그 감성에 대한 목마름이 생긴다. 디지털화된 파일 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손으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것에 대한 가치를 간직한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수요는 곧잘 제품으로 연결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만남이라 칭할 수 있겠다.

얼마 전 한국후지필름이 새로운 즉석카메라 인스탁스 미니 70을 출시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비롯해 일반인들이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 많아진 지금, 즉석카메라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건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다. 벌써 인스탁스 시리즈의 국내 누적 판매량이 210만대를 돌파했다고 한다. 너무나 쉽게 찍을 수 있는 디지털 파일로서의 사진과, 단 한 장으로 남는 필름 속 사진이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처럼 편리하고 빠르진 않겠지만 필름 특유의 느낌과 현상을 기다리는 100초의 기다림, 신중하게 셔터를 누르게 되는 떨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 다른 예로, 리디북스 페이퍼나 크레마 카르타 같은 국내 전자책 열풍도 살펴보자. 대화면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등의 태블릿으로도 충분히 전자책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전자잉크(E-ink)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선호한다. 가볍고 배터리 효율이 뛰어나다는 이유도 있지만, 화면 자체가 가진 밝기나 눈으로 느낄 수 있는 질감이 종이책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문고판 서적의 잿빛 종이 위에 인쇄된 글을 읽는 것처럼 느껴진다. 디지털 기기에서 아날로그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한국와콤이 출시한 뱀부 스파크도 비슷한 맥락이다. 보통 와콤의 스타일러스는 디지털 기기에 손글씨나 스케치를 하는 방식인데, 이 제품은 종이 위에 직접 펜을 놀리는 손맛을 살렸다. 아날로그 볼펜과 디지털 잉킹 기술을 결합해 손 글씨는 손 그림을 저장할 수 있게 만든 것. 종이 위에 스마트 폴리오의 전자기파 보드를 두면 필기 내용이나 스케치 형태를 인식해 디지털 파일로 변환하는 원리다. 종이와 펜이 직접 닿아 만든 아날로그 작업을 디지털로 옮겨주는 아이디어가 재밌다.

누군가는 디지털이 낭만을 앗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딘가에서는 이렇게 디지털을 통해 아날로그의 감성을 지키고 새로운 낭만을 만드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 하경화는 종합 라이프스타일 웹진 기어박스(www.gearbax.com)에서 모바일 분야 최신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 master@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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