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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다리 흑백만화, 최고로 그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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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다리 흑백만화, 최고로 그리고 싶어요

입력
2015.11.0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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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 탄현면에 있는 홍연식의 작업실은 메모지와 자료로 가득하다. 홍연식은 "일상을 늘 사진으로 기록해 두고 정리하는 버릇이 있어 내 이야기를 만화로 그릴 수 있었다"고 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경기 파주시 탄현면에 있는 홍연식의 작업실은 메모지와 자료로 가득하다. 홍연식은 "일상을 늘 사진으로 기록해 두고 정리하는 버릇이 있어 내 이야기를 만화로 그릴 수 있었다"고 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1992년 주간지 공모전에 데뷔한 후 20년이 지나도록 제 인생은 방황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런 제 자신을 객관화시켜서, 이렇게 어수룩하고 찌질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이야기한 게 제 작품입니다.”

2012년 ‘불편하고 행복하게’와 2015년 ‘마당 씨의 식탁’으로 연이어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한 만화가 홍연식(44)은 말 그대로 만화 같은 역전의 작품인생을 살았다. 1992년 소년만화잡지 전성기에 그는 데뷔했다. 만화잡지가 쇠퇴할 즈음 생계를 위해 학습만화를 그렸다. 그러면서 32세 늦깎이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입학해 애니메이션 공부를 시작했다. 경기 포천에 살았지만 비싼 등록금과 생활비로 늘 빈털터리였다. 만화를 계속 그려야 하나, 어떻게 살아야 하나, 기나긴 방황의 시절이었다. 그러다 학습만화를 그만두고 자신의 솔직한 내면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그것이 독자들의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그것이 ‘불편하고 행복하게’라는 만화다. 이 만화는 ‘부부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2013년 프랑스어판이 나왔고 2016년 영어판 출간을 앞두고 있다.

‘마당 씨의 식탁’은 ‘불편하고 행복하게’에서 2년 뒤의 이야기다.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며 평생토록 고생만 한 어머니의 죽음을 마주한 그는 불현듯 자신이 아내, 아들과의 세 식구 삶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를 외면한 불효자였음을 깨닫는다. “솔직히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내 가정만 보고 살고 싶었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자식을 키우면서 제가 받은 사랑을 확인하게 돼요.” 그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식탁이었다. 식탁이란 어머니로부터 마당 씨로, 마당 씨의 아들 이완이로 이어지는 내리사랑을 의미한다. ‘마당 씨의 식탁’역시 프랑스어판 출간을 준비 중이다. 두 작품 모두 출판본이 먼저 나왔지만 레진코믹스를 통해 웹으로도 연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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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들의 자극적인 성담론이 쏟아지는 성인 웹툰 가운데 30~40대 생활인의 삶과 가족에 대한 감정을 진솔하게 풀어낸 홍연식의 만화는 성인 만화의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197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극화’를 연상시킬 만큼 그의 만화는 고전적이다. 자신의 만화를 “구닥다리”라고 말하지만 흑백 그림과 출판만화식 컷 구성에 자부심도 있다. “흑백으로 최고의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채색은 그 다음입니다.”

“마당 씨 3부작을 할 생각입니다. 지금까진 내 자신을 돌아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부턴 아내의 관점에서도 이야기를 풀고 싶어요.” 이쯤에서 꿈을 묻자 소위 일상툰을 그리는 만화가다운 솔직한 대답이 돌아온다. “인세로 먹고 사는 겁니다. 아직도 만화 그리기 시작하며 얻은 빚을 다 갚지 못했어요. 그러려면 유명해져야죠. 홍연식이란 만화가는 믿고 보는 만화가라 생각하는 독자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파주=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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