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무선시장 지배력이 유선 넘어 방송에까지 미치는 격" 반발
C&M 매각·넷플릭스 제휴 등에 업계 촉각
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2일 케이블TV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을 전격 인수하며 방송·통신 업계에 격랑이 예고되고 있다.
이번 인수로 SK텔레콤은 통신 시장의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고 방송 시장에서도 몸집을 부쩍 불림으로써 방송·통신 업계 전반에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방송이다. SK텔레콤은 가입자 335만명을 보유하며 인터넷TV(IPTV) 분야 시장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는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420만명의 가입자를 거느린 CJ헬로비전을 추후 합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유료 방송 가입자 수를 750만명으로 늘리며 업계 1위 KT를 바짝 뒤쫓는 동시에 업계 3위인 LG유플러스(가입자 220만명)를 멀찌감치 따돌리게 된다. KT의 경우 IPTV인 올레tv 가입자 615만명, 위성방송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 가입자 200만명 등 약 815만명의 유료 방송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무선통신 분야에서도 알뜰폰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의 가입자 87만명을 끌어들임으로써 점유율이 다시 50%를 넘을 가능성이 커졌다. SK텔레콤은 올 초 과반 점유율이 무너져 약 49%대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나 기존 KT망으로 가입한 CJ헬로비전의 대다수 가입자가 SK텔레콤 망으로 넘어오면 점유율 50%대에 재진입한다.
초고속인터넷 분야에서도 CJ헬로비전이 88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어 SK브로드밴드 가입자 500만명과 더하면 총 가입자 수가 600만명에 육박하게 된다. KT와 LG유플러스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각각 828만명, 344만명이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과 합병함으로써 단순히 외형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이동통신, IPTV, 초고속인터넷으로 운용하던 결합상품에 케이블TV까지 더해 상품 구성을 더욱 다양화함으로써 유무선 시장을 아우르는 시장 지배력을 더 키울 수 있게 됐다.
이번 합병으로 SK텔레콤이 통신과 방송을 넘나들며 위력이 배가될 것으로 전망되자 경쟁 업계는 경계의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 측은 "무선시장의 지배력을 앞세워 유선시장까지 장악하던 SK텔레콤이 이제 방송까지 지배력을 전이하게 된 셈"이라며 "공정한 시장 경쟁이 위배될 소지가 있는 만큼 당국이 인가 과정에서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는 "SK텔레콤은 지금도 방송·통신시장에서 지배적인 영향력과 권한을 남용하는 게 문제가 되고 있는데, 케이블TV 업계 1위이자 알뜰폰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까지 인수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양 측면에서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정 사업자가 특정 업종을 장악하면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케이블TV 업계 2위인 C&M 매각, 내년에 한국 진출을 선언한 세계 최대 인터넷 기반 방송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의 협력사 선정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케이블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이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팔렸기 때문에 C&M의 몸값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높은 가격으로 매각이 표류 중인 C&M의 몸값이 내려갈 경우 LG유플러스나 티브로드 등이 인수를 타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근 들어 신성장동력으로 미디어 사업을 부쩍 강화하고 있는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로 방송통신 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마냥 손을 놓을 수는 없기 때문에 C&M 인수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몸집 불리기에 나설 공산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연장 선상에서 LG유플러스가 현재 통신 3사와 협력사 선정 협상을 진행 중인 넥플릭스와의 제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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