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에 빠진 조선산업 구조조정이 본격 시작됨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매년 600~700여명씩 총 약 3,0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경남 거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용적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 시작된다. 업황 악화로 최악의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해 정부와 금융권 등이 직접 나서 조선업 전반을 재편한다. 이 과정에서 군소업체의 통폐합과 최대 1만여명의 인력 감축이 예상된다.
● '빅3' 침몰…조선업계 '대참사'
조선업 상황이 최악이다. 증권가에서는 대우조선해양ㆍ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 등 '빅3'의 올해 적자가 총 7조8,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흘러 나온다. 대우조선이 5조2,950여억원, 현대중공업 1조1,450여억원, 삼성중공업 1조4,040여억원 등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분기 약 3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에도 약 1조2,171억원의 적자를 냈다. 3분기까지 누적적자는 약 4조 3,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서울 남대문 본사 사옥 매각까지 추진 중으로 알려렸다. 4분기도 녹록치 않다. 여전히 세계적으로 업황이 나쁜데다 채권단 지원 과정에서 추가 부실이 드러날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3년 4분기부터 8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최근 상황은 심상치 않다. 올 1분기 1,920억원 적자, 2분기 1,710억원 적자를 냈다가 3분기에 적자가 6,780억원으로 치솟았다. 사업 부진과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 등이 겹쳐 4분기도 낙관할 수 없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3분기 84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분기에 1조5,491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불안한 모습이 여전하다.
조선업계는 빅3의 곤두박질을 '대참사'로 부른다. 올해 빅3가 한꺼번에 수조원대 손실을 내게 된다면, 이는 한국 조선업 사상 최초의 일이다. 지난해에는 현대중공업만 조 단위의 적자를 냈다.
빅3의 영업부진은 조선업계에 큰 타격이다. 군소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암울할 수 밖에 없다. 조선업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6.1%에서 지난해 18.2%로 5년 사이에 12.1%포인트나 늘었다. 경쟁력을 상실해 앞으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기업이 한계기업이다.
조선업은 과거 빅3를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선박 부품을 만드는 블록공장이었다. 호황의 시기에 수십 개 업체가 조선업체로 변신했다. 이들은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 앞에 다시 곤경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적어도 내년 하반기가 돼야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긴축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다.
● 1만여명 정리…군소업체 통폐합
정부와 금융권 등이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올해 하반기 기업구조조정의 칼날을 조선과 해운업 등 한계기업에 겨누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지속 가능하지 않은 기업은 빨리 정리해야 시장 불안감을 해소하고 한국경제에 부담도 줄일 수 있다"며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사했다.
4조 2,000억원의 자금 지원 결정이 난 대우조선해양이 가장 먼저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의 임원과 부장급 고직급자 30%를 줄인 데 이어 내년부터 차례로 직영 인력의 30%를 정리한다. 매년 600~700여명씩 총 약 3,000여명이 직장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이와 함께 수주 규모를 축소해 방만 경영을 예방하고 자산 매각도 실시한다.
수익구조와 인력 운영 현황이 대동소이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같은 길을 갈 전망이다. 모두 올해 조원대 적자가 예상될 정도로 위기에 몰린 탓에 정부와 금융당국의 구조조정 칼날을 피할 명분이 없다. 결국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을 포함해 나머지 중대형 조선업체들에서도 6,000~7,000여명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수시 희망퇴직 등을 통해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군소업체들은 1~2년 내에 통폐합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는 조선업이 집중된 경남 지역 등을 대상으로 새로운 주력 업종을 개발, 취업 지원 기간 연장 등 지원책을 확대하고 있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정부는 조선업이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살아남을 조선소만 살리고 나머지는 줄인다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고 전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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