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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테러와 언론 탄압 논란으로 혼란에 빠진 터키가 1일(현지시간) 5개월 만에 조기 총선을 치렀다. 현 집권 여당이 과반을 차지해 단독 내각을 구성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총선 승리를 토대로 장기 집권 체제를 계획 중이어서 “결국 국민 분열을 초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오전 터키는 총 유권자 약 5,400만명을 대상으로 전국 17만5,000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선거를 시작했다. 터키 민영방송에 따르면, 개표율 80% 기준,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정의개발당(AKP) 득표율은 50.7%를 기록했다. 이 경우 AKP는 전체 의석(550석)의 과반을 차지해 단독 내각 구성이 가능하다. 그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슬람국가(IS) 색출 작전 ▦쿠르드족 반군의 공격 위협 등을 강조하고 공안 정국을 형성한 것이 적중한 것으로 분석된다.
AKP는 지난 6월 총선에서 전체 550석 가운데 258석으로 2002년 창당 이후 처음 과반수(276석)를 확보하지 못해 단독 정부를 구성하는데 실패했다. 이에 3개 야당과 연립 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모두 실패, 제1야당에게 내각구성 권한을 위임하는 대신 조기 총선이란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AKP가 과반을 확보해도 터키 정국은 또 한번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재집권에 성공하면 현 내각제 대신 대통령제로 바꾸는 헌법 개정에 착수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난 13년간 사실상 터키 최고 지도자 역할을 해 온 에르도안 대통령이 앞으로도 10년 이상 장기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
야권은 “에르도안의 승리는 독재를 더욱 가속화 시킬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친 쿠드르정당인 인민민주당(HDP) 셀라하틴 데미르타쉬 당대표는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공안 정국을 조성해 시민들의 눈을 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최종 투표 결과 현 집권 여당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절대 다수 정당이 없는 이른바‘헝 의회(Hung parliament)’가 구성된다. 이 경우 AKP는 거듭 야당들과 연정 구성 협상을 벌여야 한다. 전문가들은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과 대연정을 구성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고 진단한다. 다시 3차 선거까지 치르면 정치 비용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서다. 결국 지난 12년 동안 총리와 대통령직을 번갈아 맡으며 강력한 힘을 행사했던 ‘에르도안 체제’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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