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7일 대구 본사 사옥 강당에 모인 한국가스공사 임직원들은 뜻밖의 ‘선물’을 나눠 받고 어리둥절했다. 임직원 모두에게 배포된 선물은 다름 아닌 비누. 공사가 자체 제작한, 이름하여 ‘청렴 비누’였다.
임원진은 전 직원을 대표해 강당 앞에 비치된 세숫대야와 수건, 청렴 비누를 이용해 직접 손을 씻었다. 부정부패를 멀리하겠다는 다짐이 담긴 이 의식을 통해 공사는 변화의 각오를 널리 선포했다. 손 씻기 의식과 신(新) 윤리?청렴경영 선포식을 주관한 이승훈 가스공사 사장은 “그 동안 부정부패로 인한 치부가 알려지면서 공사가 국민들에게 많은 지탄을 받고 있다”며 “32년의 역사에 걸맞은 윤리?청렴의식이 동반된 내적 성장을 위해 뼈를 깎는 반성의 각오를 담아 행사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지난 7월 취임 이후 “과거 일련의 임직원 부정부패 때문에 추락했던 대국민 신뢰를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고 수시로 강조해왔다. 이날 행사도 이 사장의 이런 의지에서 마련됐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만든 청렴 동영상 시청으로 시작된 선포식에서 공사 임직원들은 합리성과 공공성, 투명성을 기준으로 직무를 수행하면서 부적절한 관행을 철저히 배척해 부패와 비리를 제거해 나가기로 함께 결의했다.
결의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공사는 선포식 이후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선물반송센터’를 운영했다. 선물이나 현금, 상품권 등 금품수수 관행을 근절하고 고객과 상생하는 윤리문화를 정착시기기 위해 경영진부터 솔선수범해 배송된 모든 금품을 이곳에 신고했다.
지난달부터는 후속 작업이 시작됐다. 공사뿐 아니라 협력사 직원을 대상으로 ‘상생 윤리캠프’와 윤리청렴교육을 시행중이며, 임직원 행동강령을 개정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윤리?청렴경영 원칙 확립과 더불어 가스공사는 지난달 22일 본사 사옥에서 경영 시스템 쇄신과 조직 활성화를 근간으로 한 재도약 활동 선포식을 가졌다. ‘한국가스공사의 새로운 시작(New Start KOGAS)’이라는 별도의 추진단까지 구성해 전 직원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 이날 발표됐다. 이 자리에서 이 사장은 “저 자신부터 강력한 혁신 의지를 갖고 공사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며 “기업 이념인 ‘좋은 에너지, 더 좋은 세상’을 실현해 국민에게 사랑받는 공기업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가스공사가 지금까지 꾸준히 벌여온 사회공헌 활동 역시 재도약과 함께 지속될 예정이다. 공사를 대표하는 사회공헌 활동인 온누리사업은 올해 7년째에 접어들었다. 에너지사업을 하는 공사의 역할과 공익적 성격에 맞춰 저소득층, 취약계층 가구, 사회복지시설 등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해주는 것이다.
사업 초기엔 겨울에 난방유나 연탄 등을 제공하는 정도로 시작했다가 2010년부터 예산 규모를 확대해 장기적 관점에서의 에너지 환경 개선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연탄보일러 등 효율이 낮고 위험한데다 환경 유해도도 높은 열원을 가스나 전기처럼 효율이 높고 안전한 열원으로 교체해주는 식이다. 사업을 주관한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온누리사업의 시공 사업에 들어간 예산은 총 14억8,218만2,840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온누리사업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자활공동체와 사회적기업을 시공 파트너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직접 고용되거나 일용직 일자리를 얻는 사람이 생겼다. 지난해 온누리사업에 따른 고용 인원은 총 984명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온누리사업의 수혜를 본 시설은 연간 6,521만6,731원의 난방비 절감 효과를 거뒀고, 감축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화폐가치로 환산한 결과 287만9,421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공사는 사회에 기여하는 또 다른 방안으로 사회형평적 채용을 택했다. 지난 2013년 공기업 최초로 서류전형을 폐지한 공사는 지원자 전원에게 직무적성검사 응시 기회를 부여하면서 이른바 ‘스펙’을 초월한 채용 시스템을 전면 도입했다. 지난해부터는 입사 지원 서류의 어학성적 입력란을 아예 없앴다. 스펙이 아닌 능력 중심의 인재 확보를 위해서다. 특히 올해 상반기 임용된 신입사원 39명 중 35명은 고졸 또는 장애인력으로 사회형평 채용제도를 통해 공사와 인연을 맺었다.
협력사ㆍ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역시 공사가 추구하는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가치다. 지난 9월 2~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5 국제 환경ㆍ에너지산업전(ENTECH)’에 참가한 공사는 현장에 자사 전시관 외에 중소기업 동반성장관을 설치, 운영했다. 대규모 전시회 참가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자사 제품을 홍보할 수 있도록 별도로 마련한 전시공간이다. 공사는 사전 공모한 참가 희망 중소기업 8개사를 대상으로 부스 임차료 전액과 홍보물 설치비 일부 등 약 3,000만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10월 본사를 대구로 이전한 가스공사는 지역사회를 위한 책임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대구 수성구와 동구 지역에 이어 올해는 남상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 성서종합사회복지관에 잇따라 어린이장난감도서관을 열었고, 지난달엔 대구SOS어린이마을에 자전거와 유모차 보관창고를 만들었다. 고수석 공사 생산본부장은 “지역주민들에게 먼저 찾아가는 맞춤형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모범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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