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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청년실업엔 노동개혁보다 교육개혁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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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청년실업엔 노동개혁보다 교육개혁이 먼저”

입력
2015.11.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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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은 수급불균형 탓…3불 원칙까지 재검토해야

朴정부 후반과제는 구조조정 법치확립 외교관리

개혁성공 위해선 제왕적 국회시스템도 바뀌어야

그림 1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본지 인터뷰에서 현재와 같은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총체적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림 1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본지 인터뷰에서 현재와 같은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총체적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 출발선에서 고통받는 청년세대부터 인생 종착역에서 신음하는 퇴직자 세대까지. 한마디로 탈출구가 없어 보인다. 기업은 물건이 안 팔려 난리이고, 소비해야 할 사람은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한다. 가계 빚은 늘어만 가고 수출은 쪼그라들고, 내수는 깊은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복합 불황의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우리 경제의 활로는 과연 어디일까.

정통경제관료 출신으로 지난 정부에서 경제팀 수장을 지낸 윤증현(69) 전 기획재정부 장관(윤연구소 소장)은 우리 사회와 경제 전반의 분위기를 ‘총체적 위기’라고 진단했다. 경제의 지속적 성장이나 발전을 위해 이젠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노동개혁도 중요하지만 교육제도 개혁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3불(본고사ㆍ고교등급제ㆍ기여입학제 등 3가지 금지사항) 원칙을 포함한 교육정책의 틀 자체를 혁명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윤 전 장관을 만나 우리사회의 총체적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왜 지금 위기라고 보는가.

“위기냐 아니냐는 보는 시각과 보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우선 대내외적인 경제 환경을 보자. 글로벌 수요가 줄면서 성장의 중심축이던 수출이 줄고 있다. 우리 힘으로는 큰 흐름을 바꿔 놓을 수 없다. 미국은 복원력을 보이고 있지만, 유럽 중국 일본 및 신흥국가들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수출이 줄면 내수로 보완해야 하는데 대내외적 균형을 맞추기엔 턱없는 수준이다. 내수는 투자와 소비로 이뤄진다. 투자의 주체는 기업인데 이들의 상황이 그다지 밝지 않다. 반도체만이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앞으로 2~3년 후엔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은 수익이 나면 누가 말려도 투자한다. 반기업정서가 팽배한 사회적 인식 속에서 어떻게 기업가 정신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기업들 스스로도 이렇다 할 신 성장동력을 창출해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역할을 기대하지만 공공부채는 계속 늘고 쓸 돈은 한정이 돼 있다. 개인들 역시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소비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니 자영업자들이 잘될 일 없다. 먹고 사는 문제가 쉽지 않은데 사회가 잘 돌아갈 수 있을까. 이 같은 복합적인 상황을 총체적으로 엮어 보면 지금이 위기라는 얘기이다. 뭔가 새로운 접근, 새로운 도전, 그리고 우리 경제에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점에서 위기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대로 그냥 흘러간다면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총체적 위기’라는 것은 단지 경제적인 요소만이 아닌 것 같은데.

“우선 정치가 올곧게 서지 않는데 경제가 잘 돌아갈 수는 없다. 경제는 진공 속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다. 정치와 사회 분위기, 국민 정서, 문화가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경제 주변 환경은 최악의 상황이다. 무엇보다 정치 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로 넘어간 많은 정부 정책들이 올 스톱돼 있는 상황이다. 정치가 사회분열을 수습하고 승화시켜야 하는데 오히려 국민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지금처럼 분열이 큰 경우가 없었다. 일자리는 어디서 나오며, 기업이 위축되면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겠는가. 노동개혁은 말만 요란하고 실질적으로 이뤄진 것이 과연 있기나 하나. 요즘 사회를 보면 모두들 남 탓만 하고 있다. 우리 미래가 어두운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 국면을 위기로 규정하고 처절한 자성을 통해 빨리 정신 차리지 못하면 앞날은 캄캄하기만 하다.”

-청년 실업이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는데.

“요즘 취업시즌이다. 일자리는 무진장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양도 중요하지만 질적 수준이 더 중요하다. 어느 조직이든지 실무직이나 기능직이 탄탄히 뒷받침해 줘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어디를 가도 역피라미드 구조이다.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고 해외근로자들로 이를 해소해 나가고 있다. 고졸 취업생이 그만큼 부족해서 그렇다. 반대로 대학 졸업생은 길거리에 넘쳐 난다. 그들을 중심으로 심각한 실업난에 ‘헬 조선’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학력문제가 원인이다. 학력 과잉으로 노동시장에 공급되는 인력과 실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간 불일치가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수급불균형 문제를 놔둔 채 어떻게 청년 실업 문제가 제대로 풀리기를 기대하겠는가. 기본 프레임에 대한 도전 없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안 된다.”

그림 2대학 졸업생 수와 청년 실업률
그림 2대학 졸업생 수와 청년 실업률

-그렇다면 학력 문제를 해소할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금 청년 실업률이 7~8%라고 하지만 체감 실업률은 20%이다. 비경제활동인구와 임시직 등은 물론, 취업에 불만족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50%이상은 될 것이다. 매년 노동시장에 쏟아지는 대졸 이상 고급인력이 50만명이 넘는데 기업이 이를 어떻게 다 끌어안을 수 있겠는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가입국을 대상으로 청년 취업자 학력을 조사했는데 대졸이 37%, 고교 이하가 63% 수준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이 통계가 반대로 나오고 있다. 독일의 경우 대학 진학률이 30% 선인 반면 우리는 70%가 넘는다. 기본적으로 학력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고선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우리 사회 중산층 붕괴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사교육비 부담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학력구조조정은 꼭 필요하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개혁을 하자고 하는데 그건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결국 학력 구조조정을 위한 혁명적인 교육개혁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

-혁명적인 교육개혁이란 무슨 의미인가.

“내가 주장하는 교육개혁의 골자는 첫째 대학 수학능력시험을 폐지하고 대학에 학생자율 선발권을 전면 부여하는 것이다. 둘째로 고교 입시를 부활하고, 셋째로 사립학교 재정지원을 중단하며 기여입학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특목고 출신들의 진로를 제한하는 것 등 총 4가지 내용이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대입 및 공교육 제도의 근간인 3불 정책을 흔드는 혁명적 방안이다. 교육의 기본적인 목적이 무엇인가. 사회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도록 능력과 인성을 키워 주는 것 아닌가.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수능에 목을 매어 인성이 파괴되고 제대로 된 직업교육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육의 목표 두 가지 모두 실패하고 있다. 이를 돌려놓기 위해선 제대로 된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정서상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저항이 매우 클 것이다.

“바로 그 같은 정서 때문에 개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육 개혁과 같은 중대한 국가 정책은 국민 정서나 여론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언제까지 지금의 시스템을 가지고 갈 것인가. 담대한 도전과 기업가 정신은 창의와 경쟁에서 나온다. 그게 평준화 교육에서 나올 수 있겠는가. 그런 나라는 희망이 없다. 걸핏하면 여론조사를 해서 그걸 토대로 책임이나 회피하는 정부는 절대 개혁할 수 없다. 정부는 역사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백년대계라는 것이 괜한 말이 아니다. 교육의 미래는 결국 국가, 정부가 나서서 옳은 방향으로 가도록 결단을 내려야만 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4대 개혁을 평가한다면.

“개혁하려면 우선 원칙과 전략이 분명해야 한다. 책임 있고 전문성 있는 행정부라면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안을 짜서 국회를 설득해야 하는데, 공은 국회에 넘겨 버리고, 안은 위원회에서 만들라는 식의 이중적 구조로 추진되고 있다. 게다가 위원회에는 이해 당사자까지 다 참여한다. 이래서야 결론이 도출되고 개혁이 이뤄지겠는가. 공무원 연금 개혁이 좋은 사례이다. 그 결과에 대해 국민이 과연 공감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러다 보니 공무원 노조는 조용히 지금 표정관리만 하고 있지 않은가. 노동개혁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쯤은 구체적인 안이 국회에 갔어야 한다. 대강의 틀만 정해 놓고 합의했다고 하는데, 이게 무슨 합의인가. 교육개혁 역시 아직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있다. 이 정부가 교육개혁을 진실로 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우선적으로 정권과 관계없이 지속 가능하고 중립적인 특별 교육개혁위원회를 발족시켜 대강의 개혁 방침을 만들어야 한다. (정권 바뀌면 없어지는 그런 위원회가 아니라) 적어도 10년은 지속적으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위원회 설립이 우선이다. 교육 당국자는 자기가 죽을 관을 3개 짜놓을 각오로 교육개혁에 임해야 한다. 역대 정부치고 구조개혁을 추진 안 한 적은 없다. 하지만 한 정부가 모든 것을 다한다고 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남은 임기 기간 4대 개혁을 다 이룰 거라고 하면 아무도 안 믿는다. 개혁의 얼개라도 제대로 엮어 차기 정부가 계속 이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신뢰이다. 개혁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뒷받침해 줘야 한다. 과연 지금 그런 신뢰가 있는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정치 리더십의 실종이 가장 큰 문제이다. 근본적으로 통치체제(거버넌스)부터 바꿔야 한다. 헌법엔 대통령 중심제로 돼 있는데 현실의 권력체제는 내각제가 가미된 형태이다. 지금처럼 국회가 발목을 잡아 행정부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면 이게 무슨 대통령 중심제인가. 지금은 제왕적 국회라는 말이 더 맞다. 행정부 일을 하면서 느낀 거지만 이로 인한 국가적 낭비가 너무 크다.”

-리더십 부재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MB정부는 봉숭아 학당 같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그래도 청와대에선 토론이 활발했다.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어느 정권이나 완벽한 리더십은 없다고 본다. 그러나 만기친람(萬機親覽ㆍ임금이 온갖 정사를 친히 보살핌)형은 바람직하지 않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고 했다. 협업이 중요하다.”

-박근혜정부도 이제 2년 남짓 남았다. 국정 후반기 주요 과제는 뭐라고 보는가.

“구조조정이다. 남은 기간은 경기 사이클 변동에 따른 하강기와 겹쳐 있다. 한계기업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내년에 총선이 있고 그 다음해에 대선이 있다. 정치적 부담을 안고라도 구조조정의 초석을 다져야 한다. 법치와 공권력의 실추는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 법치 확립이 필요하다. 원칙을 세워야 한다. 대외적으로 본다면 또 동북아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는데 외교 안보측면에서 분명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남은 기간 경제적으로 구조조정과 사회적으로 법치확립, 외교안보 관리에 대한 초석을 놓아야 한다.”

-10년 경기 사이클을 보면 2018년이 우려되는데.

“경제 시스템 위기로 확대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IMF 때나 10년 전 위기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부채가 많이 늘었지만 위기로 치달을 만큼의 규모는 아니다. 물론 기업과 가계부채가 늘어나 이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그러나 외환 보유액이 3,000억달러를 넘어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장학만 선임기자 trendnow@hankookilbo.com

윤증현 전 장관은 누구

* 1946년 경남 마산 출생

*서울고, 서울대 법학,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교 행정학(석사)

*행정고시 10회(1971)

*재무부 증권국장, 금융국장

*재정경제원 세제실장, 금융정책실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

*기획재정부 장관

*제 20차 유럽부흥개발은행 연차총회 의장

*현재 윤 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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