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각국에서 10월 11일 세계 비만의 날을 맞아 ‘살찌는 인류’의 심각성을 되새긴다. 비만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인구의 30%, 숫자로는 약 21억 명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다. 비만은 심혈관 질환,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의 주요 원인일 뿐 아니라 암이나 다른 합병증을 야기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비만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기대 여명이 최고 3~8년 줄어들며, 비만도가 증가할수록 기대 수명은 더 감소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15년 전 비만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자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지정했으며 최근 소아비만퇴치위원회(ECHO)를 별도로 운영 중이다. 2007년 대한비만학회는 제4회 아시아ㆍ오세아니아 비만학술대회를 한국에 유치하여 아시아ㆍ오세아니아 지역에서 비만과 관련된 부작용이 심각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비만은 다른 질환의 위험요인이자 그 자체가 질환이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라는 ‘서울 공동선언’도 채택했다.
지난달 3일 일본에서 개최된 제8회 아시아ㆍ오세아니아 비만학술대회에서 역시 비만에 의해 유발되거나 혹은 비만과 연관되어 건강상의 문제를 동반한 병리적인 상태를 ‘비만병’으로 규정했다. 체중 감소가 임상적으로 바람직하며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나고야 선언도 발표했다.
현재 국내 성인 비만 인구는 총 1,300만 명으로 이 중 고도 비만은 200만 명에 달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추세대로라면 2020년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4명이 비만이 되리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소아청소년도 예외는 아니어서 120만 명이 과체중이거나 비만한 상태이다.
비만을 개인의 게으름이나 탐욕 같은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과제’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는 사회의 급격한 변화가 비만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일 뿐만 아니라 개인 건강의 위협을 넘어 엄청난 규모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비만 관련 질환 진료에 사용된 건강보험 비용은 2002년 8,000억 원에서 2013년 3조 7,000억 원으로 증가했으며, 2025년에는 7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계된다.
더군다나 비만 유병률이 저소득층에서 더 높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비만을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명확해진다. 특히 고도비만은 소득 수준에 따라 유병률의 차이가 명확하며 아동청소년 비만 또한 저소득층에서 높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의 비만 예방과 관리를 위한 정책적 배려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세계 각국이 비만 예방 및 관리를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여러 가지 대책을 실행하고 있다. 잘 알려진 미국의 ‘렛츠 무브(Let’s Move)’ 캠페인은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가 직접 진두지휘한다. 미국은 이 캠페인을 통해 비만 문제 인식을 제고하고 건강급식법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정책적 시도들을 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와 보건복지부는 세계 비만의 날에 동참하여 10월 11일을 ‘비만예방의 날’로 지정하고 비만 예방을 위한 인식 제고와 행태 개선을 위한 교육과 홍보 노력을 지속해왔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들 역시 다양한 캠페인과 프로그램들을 펼치고 있다.
비만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 차원에서 중장기적인 비만 예방 종합 대책을 수립하여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비만이 가진 심각성을 알려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는 한편 저소득층 비만 예방과 관리 정책을 마련하고 비만을 야기하는 사회적 요인들을 개선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해결을 모색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사회 각계와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고 손을 잡을 때 우리 자신과 가족, 사회, 국가의 미래에 끼칠 비만의 해악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유순집 대한비만학회 이사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