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 LPGA 블루베이 대회 우승
시즌 3승째… 신인왕 타이틀 예약
빨간 바지를 입고 18번홀 앞에 선 김세영(22ㆍ미래에셋)이 2m 거리의 챔피언 퍼팅을 마무리한 뒤 그린 위에 무릎을 꿇었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한 ‘루키’ 김세영이 시즌 세 번째 우승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중국 하이난섬의 거센 바람도 신인왕 타이틀을 따내기 위한 김세영의 의지를 막지 못했다.
김세영은 1일 하이난섬 지안 레이크 블루베이 골프코스(파72ㆍ6,778야드)에서 열린 블루베이 LPGA 4라운드에서 2언더파70타를 적어냈다. 이날만 2타를 줄여 최종 합계 2언더파 286타를 친 김세영은 캔디 쿵(대만)과 스테이시 루이스, 킴 카우프먼(이상 미국)의 추격을 1타차로 따돌리고 올 시즌 세 번째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했다.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 롯데 챔피언십에 이어 시즌 3승째다.
궂은 날씨와 난해한 코스가 겹친 악조건이었지만 김세영은 물러서지 않았다. 10번홀(파4)에서는 러프에서 친 네 번째 샷을 홀에 집어넣어 파세이브로 막아내면서 위기에서 탈출했다. 이 홀에서 기사회생한 김세영은 루이스와 쿵, 카우프먼이 모두 버디를 놓친 13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2m 근처에 붙여 버디를 낚았다. 반면 2타차 단독 선두로 앞서가던 루이스는 이 홀에서 보기를 범해 김세영과 선두 자리를 나눠가졌다.
이후부터는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난타전의 연속이었다. 김세영이 14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1타차 단독 선두에 올랐지만 17번홀(파3)에서 다시 보기를 적어내 경쟁자들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쿵, 루이스, 카우프먼, 김세영 모두 마지막 홀을 앞두고 혼전양상이었다.
하지만 버디 퍼트를 성공한 것은 김세영이 유일했다. 마지막 순서로 퍼팅에 나선 김세영이 볼을 2m 거리의 홀 속에 집어넣으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김세영의 강심장이 또 한 번 빛난 순간이었다. 이날 김세영이 2언더파 성적을 낸 블루베이 코스는 브리타니 린시컴(미국)이 9언더파로 우승한 ANA 인스퍼레이션, 전인지가 8언더파로 우승한 US 오픈보다 더 까다로운 코스였다. 김세영은 “경기 전부터 이 코스는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라 정말 이기고 싶었다”면서 “18번홀에서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긴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세영은 또 김효주(20ㆍ롯데)와 접전을 펼치던 신인왕 타이틀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이번 우승으로 신인왕 포인트 150점을 보탠 김세영은 1,422점으로 김효주와의 격차를 247점으로 벌렸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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