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염원 담아 코스·이름 또 진화
기존 부산 출발선 남쪽으로 확장
첫 날 제주도서 총 38.8km 레이스
선수 안전과 종주 부담 줄이기 위해
중간구간 259km 이어 달리기로
‘한라에서 백두까지.’
1955년 11월14일 첫 출발총성을 울렸던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경부역전마라톤)가 61번째 생일을 맞아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철책선을 넘어 신의주 땅을 밟아보자는 희망의 레이스는 어느덧 한라에서 백두까지 달리겠다는 ‘한반도 통일 대역전경주대회’로 새롭게 옷을 갈아 입었다. 대회 사상 처음으로 바다를 건너 제주를 출발기점으로 삼았다.
한국일보가 대한육상경기연맹과 공동 주최로 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한반도 통일 대역전경주대회: 한라에서 백두까지(구 경부역전마라톤)’를 개최한다.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주년을 맞은 올해부터 출발선을 바다 건너 제주로 옮겼다. 제주에서 시작한 힘찬 발걸음을 언젠가는 민족의 영산 백두까지 옮기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통일을 기원하며 한반도를 종단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대회 이름도 바꿨다.
대역전 경주대회가 진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부터 대회가 시작됐지만 북녘의 땅을 달리겠다는 포부는 늘 변함이 없었다. 제58회 대회가 열렸던 2012년에는 코스를 경기 파주시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까지 지평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2013년 제59회 대회 때는 사상 처음으로 비무장지대(DMZ) 아래 민통선의 최북단 남북출입사무소(CIQ)까지 연장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도라산 CIQ를 반환점으로 해, 발걸음을 통일촌 결승선으로 옮기는 코스다. 하지만 여전히 북녘 땅으로 코스를 연장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당장 백두산까지는 아니더라도 CIQ를 거쳐 개성공단까지 뛸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는 북쪽뿐만 아니라 남쪽으로 코스를 확장하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졌다. 국토 종단 마라톤 대회에 우리땅 제주가 빠질 수 없다는 본보의 의지와 통일 염원 프로젝트에 힘을 보태겠다는 제주도민들의 뜻이 어우러지면서다. 코스는 제주도의 특색을 가장 잘 담을 수 있으면서도 선수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달릴 수 있도록 정해졌다. 제주도청을 출발해 도련 2동-함덕리-조천리-거로마을-제주도청을 거치는 코스가 총 38.8㎞다. 시도 대표팀 선수들 첫날 코스를 마치면 곧장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향한다.
한편 지난해까지는 500km가 훌쩍 넘는 국토종단레이스가 이뤄졌지만 올해부터는 259km를 달리는 중간구간코스로 변경됐다. 선수들의 안전 문제와 국도 위주의 코스 선정을 위해 제주-부산-밀양-대구-김천-대전-천안-서울-파주를 거치되, 지역별 구간 코스를 이어 달리기로 결정했다. 종주에 대한 부담은 줄이고 한반도 전역을 달리겠다는 의지는 이어나가기로 한 셈이다.
한반도 통일 대역전경주대회가 한국 마라톤 부흥의 산실이자, 마라토너들의 등용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와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역시 대역전경주대회를 거쳐 입신양명했고, 각각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과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해도 제2의 국민 마라토너를 꿈꾸는 이들이 대역전경주대회를 달린다. 이번 대회에는 육상경기연맹 산하 각 시ㆍ도 대표 10여개팀이 참가할 예정이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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