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두산 선수들의 뒤에는 열렬한 야구광 박용만(60) 두산그룹 회장이 있었다.
그는 삼성과 한국시리즈 3~5차전 내내 잠실구장을 찾아 일반석에서 관중들과 호흡했다. 특히 비가 와 두 차례나 경기가 중단됐다가 재개된 3차전에도 관중석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31일 밤 열린 축승회에서 “사랑을 많이 받는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14년간 동안 우승을 못 안겨 드렸는데도 변함없이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부터 전했다. 박 회장은 두산건설 입사 첫해인 1982년 OB가 한국 프로야구 원년 챔피언에 오르는 등 베어스의 지난 네 차례 우승을 모두 지켜봤다. 그는 “야구를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지만 한결같은 것이 있다. 한두 명의 스타가 아니라 선수들 골고루 다 열심히 하는 팀이고 팀 컬러가 따뜻하다”면서 “선수가 바뀌고, 감독이 바뀌고, 세월이 바뀌었어도 그런 팀 컬러가 변하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다. 우승을 몇 번 했느냐 보다 그런 팀 컬러가 변하지 않고 유지되는 게 고맙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소문난 야구광이면서도 일체의 간섭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구단의 결정을 존중하는 오너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는 이런 경영 철학을 공개했다. 니퍼트, 그리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김현수의 잔류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프런트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김승영 사장이 조만간 ‘이렇게 이렇게 해야 하니 얼마 달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면 나는 ‘네’ 하고 달라는 대로 줄 것”이라면서 “구단주가, 사장이 결정하면 그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김 사장에게 딱 한 마디, ‘두산다운 야구를 해달라’는 말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계열사 다음 연도 사업계획을 다 보고받는데 딱 하나 안 받는 회사가 두산 베어스다”며 “왜냐하면 재미가 없다. 매년 목표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똑같다. 안 봐도 안다”며 미소 지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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