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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한류 '체험'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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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한류 '체험'의 역사

입력
2015.11.0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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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바람이 10년 넘게 꺼지지 않으면서 해외팬들의 체험 풍경도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세트장을 견학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콘서트·팬미팅이 연계된 관광상품, 스타와 같은 하루를 보내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즐비해있다. 홀로그램으로 눈앞에서 스타가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한류 체험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한류가 접목된 대규모 테마파크가 잇따라 건설될 계획이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 각국에도 세워진다. 또 IT 기술과 끊임없는 접목을 통해 진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눈앞에서 스타와 대화를 나누고 애인처럼 지내는 것도 먼 일이 아니게 됐다. '겨울연가' 세트장 견학 형태로 시작된 한류체험. 끊임없이 진화해온 지난 10여년을 돌이켜봤다.

■태동기

한류의 불씨는 2003년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한류 체험'이란 말도 이 때 생겨났다. 마땅한 기획이 부족해 실제 드라마의 배경을 직접 가보는 촬영장 체험 형태로 흘러갔다.

'겨울연가'에서 배용준과 최지우의 로맨틱 데이트 장소로 활용된 강원도 춘천의 남이섬은 한류 체험 1세대 모델과 같다.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남이섬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해 100만명 가까이 몰려들었다. 배용준과 최지우의 드라마 속 장면을 크게 만들어 놓은 포토월이 전부였지만 관광 1번지가 됐다. 이듬해 송혜교·이병헌 주연의 '올인'은 제주도를 북적이게 했다.

드라마 촬영지 체험은 '대장금'에서 한단계 진화를 이뤘다. 국내 최초로 드라마 이름을 딴 '대장금 테마파크'가 2004년 6,600㎡ 규모로 실제 드라마 촬영 장소였던 양주 오픈세트를 당시 모습 그대로 복원했다. 대전, 대비전, 수라간 등 23개 시설로 구성해 각 세트장마다 촬영 때 쓰인 소도구와 의상 등을 전시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2006년 절정 이루며 한해 34만명을 끌어모았다. 드라마 인기를 바탕으로 한류체험 역시 다양한 프로그램이 구비돼야 더 큰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접목의 시작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열풍은 K팝 가수들이 바통을 이어받으며 더 큰 바람을 일으켰다. 보아, 동방신기가 닦아놓은 일본 시장을 2009년을 기점으로 소녀시대, 카라 등이 본격적인 전성시대를 열었다.

한류 체험도 관광 상품과 결합돼 콘서트나 팬미팅으로 이어지는 코스로 진화됐다. 이른바 대중문화(Entertainment)와 관광(Tour)을 결합한 엔터투어먼트(Entertourment)다.

매해 여름에 열리는 JYJ의 멤버십 위크는 팬박람회 형태로 아티스트의 음악, 뮤직비디오 및 재킷 촬영 세트장, 무대 의상, 일상 사진 등을 다양하게 만들어 매년 2~3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서울 강남구는 연예기획사가 모인 청담동에 한류스타거리를 만들어 대표 관광코스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시도들이 모여 외국인 관광객은 매년 10% 이상 증가며 2012년 1000만 관광객 시대를 열었다.

단순히 스타와 만남을 주선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각 면세점이 한류스타를 경쟁적으로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 때부터다. 한류스타와 팬미팅이나 패밀리 콘서트뿐 아니라 스타가 즐겨쓰는 화장품이나 의류, 음식 등 한국 문화 전반으로 연계가 가능해졌다.

'스타 캐릭터' 사업도 기반을 닦기 시작해 지금의 굿즈(GOODS) 시장을 완성시켰다. 이를테면 소녀시대가 착용한 해외 명품 선글래스나 가방 등 '공항패션'으로 유명해진 패션 아이템들이 팬들을 유혹한다. 여기에 잡화, 침구류, 가정용품, 게임, 문구용품뿐 아니라 사탕 같은 먹거리, 이쑤시게 등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스타와 결합시켰다.

■테마파크 시대

K팝 체험은 이제 디지털 기술력을 결합시켜 새로운 디지털콘텐츠로 거듭나고 있다.

SM은 지난 1월 200억원을 들여 서울 삼성동에 에스엠타운 코엑스 아티움을 열었다. 6층 규모 건물은 복합 문화 공간을 표방했다. 녹음 스튜디오, 홀로그램 시어터 등을 마련하고 소속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게 만들었다.

YG는 1,000억원을 들여 경기도 의정부에 5만㎡ 규모로 'K팝 클러스터'를 추진 중이다. 대규모 공연장, 음악 스튜디오, 호텔 등과 결합해 한국판 할리우드를 꿈꾸고 있다. 제주 중문관광단지에는 지상 3층, 총 4008㎡ 규모의 공간에 홀로그램 공연장, 음악 박물관, K팝 스타와 같은 옷을 입고 춤과 노래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장비 등을 마련했다.

드라마와 예능 한류의 체험도 최첨단 기술력이 뒤를 봐주고 있다. 상암 MBC월드 가상현실(VR) 체험관에서는 '무한도전'의 납량특집처럼 불 꺼진 방송국을 혼자 누비고, 군입대 체험 예능 프로인 '진짜 사나이'의 멤버 헨리와 비무장지대(DMZ)를 걸을 수 있다. 아나운서국과 라디오국, 인기 예능 '라디오 스타' 촬영 현장도 가상현실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트릭 아트 기법을 활용해 MBC 인기 프로그램의 주인공과 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물론 사극 주인공 의상을 스크린으로 입어보고 아이돌 스타로부터 직접 인기곡 안무를 배우는 공간도 마련됐다.

■글로벌 한류

한류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면서 자연스럽게 체험 문화도 글로벌화 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밀랍 인형 박물관인 그레뱅 뮤지엄은 올해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 문을 열었다. 장동건, 안재욱 등 원조 한류 스타뿐 아니라 싸이, 지드래곤, 김수현, 이민호, 장근석, 현빈, 박신혜 등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밀랍 인형으로 만들어졌다.

제주에 마련된 '플레이 케이팝'은 조만간 일본, 동남아시아 등지에 추가로 건설될 계획이다. 글로벌 콘텐츠 허브를 표방해 현지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섞어 현지화 비즈니스를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또 국내 엔터업체들이 동남아시아 자본과 손잡고 현지에 대규모 한류타운을 건설하려는 계획도 있다. 콘서트장, 홀로그램 상영관, 면세점, 식품 사업 등을 총망라 해 한류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도록 장을 만들겠다는 야심이다.

이 같은 풍경은 정부의 지원 정책과도 맞닿는다. 2016년 예산안 중 문화 분야에 배정된 예산은 6조 6,000억원이다. 전년 대비 7.5% 늘어난 액수로 손꼽히는 증가폭이다.

이를 토대로 첨단 기술과 한류가 결합된 문화 체험 상품은 갈수록 진화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스타의 형태만 실감나게 만들어내는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발전 가능성은 무한히 열려있다.

한류 상품과 연관된 실무 관계자는 "가령 홀로그램에 인공지능을 탑재해 대화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단계에 있다"며 "휴대성을 강화시킨다면 한류스타가 애인처럼 늘 옆에 있는 기분을 만끽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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