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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구조개혁이라는 신기루

입력
2015.11.0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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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경제 위기 이후 채권국들이 그리스에 요구한 모든 경제계획은 자만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구조개혁을 대담하게 계획해서 어김 없이 시행하도록 하면 빠른 경제 회복을 불러올 것이란 생각이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IMF)은 긴축재정을 펴면 소득과 고용을 늘리는 데 비용이 들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그 비용을 현저하게 적게 평가했다. 그들은 오랫동안 지연됐던(그리고 몹시도 필요했던) 친시장적 개혁이 그리스 경제에 보상이 될 만한 경기 부양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곳곳, 특히 1990년 이후 남미와 동유럽에서 구조개혁 결과로 나타난 결과를 조금만 진지하게 평가했어도 그러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었을 것이다. 민영화, 규제 완화 그리고 자유화는 대체로 부정적인 단기 효과와 기껏해야 그보다는 장기적인 성장을 전형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정부 주도로 빠른 성장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게 아니다. 사실 그런 성장 가속은 세계 각지에서 매우 흔하다. 하지만 그건 폭넓은 자유화와 경제 전반에 걸친 개혁 활동의 결과라기보다 핵심 장애물들을 확실하게 찾아내 선별적으로 제거한 덕분이다.

구조개혁 뒤에 있는 이론은 간단하다. 경제가 경쟁 체제로 들어서면 자원이 할당되는 효율성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약국, 공증인, 택시처럼 규제를 받는 직업의 진입 문을 열어놓으면 뒤떨어진 회사들은 좀더 생산적인 회사들에 쫓겨날 것이다. 국영기업들을 민영화하면 새로운 경영 방식이 생산을 합리화할 것이다(그리고 정치적 도움으로 일자리를 얻은 잉여 노동자들은 해고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직접적으로 경제 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들은 경제의 잠재 소득 또는 장기 소득을 늘린다. 성장 자체는 경제가 이처럼 높은 수준의 장기 소득에 집중하기 시작할 때 일어난다.

많은 학술적 연구는 수렴률이 연간 2% 정도라는 걸 찾아냈다. 한 나라 경제에서 매년 실제 소득과 잠재 소득 수준의 격차가 2%에 가까워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추정은 우리가 구조개혁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성장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주 낙관적으로 구조 개혁이 그리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EU 평균치보다 훨씬 높게 끌어올려, 잠재 소득을 향후 3년간 2배로 만들 수 있을 거라 가정해보자. 수렴 공식을 적용해 보면 3년간 연평균 1.3%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숫자를 긴 안목으로 보려면 그리스의 GDP가 2009년 이후 25% 줄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그리스의 구조개혁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건 정부가 게으르고 태만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리스의 개혁 이행 실적은 사실 아주 좋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그리스는 세계은행의 비즈니스 환경 순위에서 거의 40계단이 올랐다. 그러나 바로 구조개혁의 논리 때문에 실망스런 일이 일어난다. 개혁의 혜택 대부분이 국가가 그걸 정말 필요로 할 때가 아니라 훨씬 나중에 온다는 것이다.

눈에 띄게 빠른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대안이 있다. ‘구속적 제약조건’(생산과 소비가 맞아떨어지도록 하는 가격 설정)을 목표로 해서 선택적으로 접근할 경우 조기에 혜택들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또 그리스 당국이 정말 중요한 싸움에서 가치 있는 정치적ㆍ인간적 자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는 어떤 구속적 제약조건을 목표로 삼아야 할까. 개혁을 위한 최대 빅뱅은 기존 또는 새로운 수출에 대한 투자와 기업가 정신을 자극하고 교역재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서 나온다. 물론 그리스는 유로존 회원국이라서 가장 직접적인 해결책인 통화가치 하락을 시도할 수 없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의 경험을 참조해 수출 증진을 위한 다양한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특별구역에 대한 세금 혜택부터 목표로 설정된 사회기반시설 프로젝트까지 그 목록은 다양하다.

그리스에 가장 시급한 일은 총리를 보좌할 기관을 하나 만드는 것이다. 총리가 잠재적 투자자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주선하는 기관 말이다. 정부 부처는 이 기관의 제안을 썩힐 것이 아니라 그들이 찾아낸 (투자)장벽을 없애야 한다. 여기는 지역제 법규, 저기는 훈련 프로그램 식으로 장벽들은 대체로 매우 구체적이다. 또 폭넓은 구조개혁으로 제거되는 일도 별로 없다.

지금까지는 교역재에만 초점 두는 일이 없어 비용이 많이 들었다. 다른 개혁은 수출 경쟁력에 상반된 효과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제조 분야에서 임금 삭감으로 생긴 경쟁력 상승은 긴축재정과 국영기업의 가격 조정에 따른 에너지 비용 증가로 상쇄됐다. 개혁 전략에 좀 더 집중했더라면 수출이 그러한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관습적인 구조개혁은 일반적으로 유효하다고 알려진 해결책인 ‘모범경영’에 치우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각국의 성공적인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아무리 모범적인 경영을 하더라도 수출을 증대시키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통화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리스 정부는 더더욱 독창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해야 한다.

특히 다른 나라들의 경험을 볼 때, 수요에 대응한 발 빠른 공급은 관습적인 구조개혁 옹호자들이 선호하는 ‘수평적’ 정책들보다는 수출업자의 편에 서서 자유 재량을 갖고 선택적인 정책을 펼 때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기에 역설이 있다. 그리스의 거시ㆍ재정 전략이 원칙에 충실하면 할 수록, 그리스의 성장 전략은 더 변칙적이어야만 할 것이다.

대니 로드릭 미국 하버드 케네디공공정책대학원 교수ㆍ경제학

번역=고경석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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