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내용 45%가 상담·민원성
“배가 너무 터지는 것 같으니 이제 조금 와서 도와주면 안 될까요.”
범죄 피해로 인한 긴급 출동을 요하는 경찰 112에 신고된 한 민원 내용이다. 경찰청이 ‘112의 날’(2일)을 앞두고 이런 황당한 신고 사례를 1일 공개했다. 긴급범죄 신고 번호임에도 불구하고 상담ㆍ민원성 신고가 전체의 44.7%를 차지해 치안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요 신고 내용을 보면 “현관에 벌레가 있는데 혼자 못 잡는다” “우리 강아지가 지금 죽기 직전인데 동물병원이 모두 문을 닫았다. 우리 멍멍이 좀 살리려고 하는데 갈 데가 없다” “1층이 식당인데 길가에서 고기를 구워서 가정집에 연기가 다 들어오고 있어 불편하다” 등 범죄와 무관한 민원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또 “식당에서 밥을 먹던 중 뼈다귀를 씹어 이가 흔들린다” “휴대폰에 유심(USIM) 카드 확인이 무슨 말이냐” 등 소비자보호원이나 이동통신사처럼 다른 기관의 소관 업무가 명확한데도 무작정 112로 신고한 경우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12 신고 1,877만여건 중 긴급출동한 신고는 239만여건(12.7%)에 불과한 반면, 출동할 필요가 없는 상담ㆍ민원성 신고는 839만여건(44.7%)으로 3.5배나 많았다. 신고 목적이 없는 반복 전화나 욕설, 폭언 등 악성신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6월 한 달만 봐도 112에 100차례 이상 전화한 사람은 173명이었고, 이 중 5명은 무려 1,000번 이상 신고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112는 긴급한 위험에 처해있을 때만 신고하는 번호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라며 “생활 민원 사항은 110번이나 120번, 경찰 관련 민원사항은 182번에 문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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