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비대증과 만성전립선염 증후군 환자들은 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소변을 보는 ‘야간뇨’라는 증상이 흔합니다. 야간뇨는 단지 번거롭고 불편한 증상에 불과한 것이 아닙니다. 야간뇨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비뇨기과적 관점에서 살펴보기로 합니다.
잠은 2시간 수면주기가 반복되는데 각 수면주기 끝에는 REM(rapid eye movement) 단계가 있습니다.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수면단계인데 이때 꿈을 꾸고 음경은 발기됩니다. 낮은 수면 단계라 대개 이때 잠을 깨게 됩니다. 그래서 보통 꿈에서 발기된 상태로 잠을 깨는 것입니다.
인체의 모든 현상은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야간발기(nocturnal erection)의 생리학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한 달간 침대에만 누워있으면 다리에는 앙상한 뼈만 남습니다. 무중력 우주공간에 오래 머물면 심장 크기가 줄어든다고 합니다. 용불용설(用不用說), 인체의 모든 기능은 쓸수록 좋아지고 쓰지 않으면 퇴화합니다. 음경도 마찬가지죠. 야간발기란 마치 육상선수가 매일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스스로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생리현상인 것입니다.
남성호르몬은 비단 성기능뿐만 아니라 근력강화, 골밀도 증가, 복부비만 감소, 치매 예방 등 남성다움을 유지하는 거의 모든 부분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운동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서 도핑테스트의 주요 검사대상이지요. 그런데 남성호르몬 역시 주로 수면 중에 분비됩니다. 그래서 모든 남자는 남성호르몬이 완충된 상태로 잠에서 깨게 됩니다.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라는 조물주의 배려인가요?
야간뇨는 수면주기를 교란하여 야간발기와 남성호르몬 모두에 영향을 줍니다. 아침에 가까울수록 야간발기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수면시간이 두 시간 줄어들면 발기 시간은 거의 반 토막이 납니다. 자명종은 수면주기와 상관없이 잠을 깨워 끝자락 소중한 음경의 운동시간을 빼앗을 수도 있습니다. 남성호르몬도 충전이 부족해서 피곤한 아침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남성호르몬이 음경의 하드웨어적인 발달에 관여하고 야간발기가 소프트웨어적으로 그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점을 생각하면 숙면이 강한 남자를 만드는데 얼마나 중요하고, 각종 전립선 질환으로 인한 야간뇨가 발기능력에 얼마나 해가 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른 새벽 자명종에 깨어 졸린 눈을 비비며 새벽 운동에 나서고 있다면 한번쯤 득과 실을 곰곰이 생각해봅시다. 어느 화장품 광고카피처럼, ‘강한 남자를 위해서 새벽은 잠에게 양보하는 것’은 어떨까요?
박문수 선릉탑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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