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두산이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두산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7전4승제) 5차전에서 삼성을 13-2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정상에 올랐다. 2년 전 3승1패로 앞서다가 뒤집힌 아픈 경험이 있었지만 지난 악몽을 딛고 통산 네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니퍼트-장원준-이현승, 막강 원투 펀치와 미스터 제로 마무리
야구는 흔히 '투수 놀음'이라고 한다. 특히 단기전에서 투수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두산은 강력한 원투 펀치로 올 가을을 지배했다. 포스트시즌에서 거둔 10승 중 6승을 더스틴 니퍼트와 장원준이 나란히 3승씩 책임졌다. 특히 니퍼트는 26⅔이닝 무실점으로 역대 포스트시즌 최장 이닝 무실점 기록을 세웠다.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을 패한 뒤 니퍼트와 장원준은 2, 3차전에 각각 7이닝 무실점, 7⅔이닝 1실점 역투로 팀이 전세를 뒤집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들 덕분에 분위기를 가져온 두산은 4, 5차전을 내리 쓸어 담아 시리즈를 끝냈다.
앞을 니퍼트와 장원준이 책임졌다면 뒷문은 마무리 이현승이 철벽으로 틀어 막았다. 포스트시즌 8경기에 나가 평균자책점 0을 찍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실점 1개가 있었지만 1루수 오재일 실책으로 인한 실점이라 자책점이 되지 않았다. 이현승은 짧게는 1이닝부터 길게는 3이닝까지 던지는 역투를 펼쳤다. 전문 마무리 경험이 없었던 그는 시즌 중반부터 뒷문 불안으로 시달리던 팀 상황상 소방수 역할을 맡아 총 18개의 세이브를 수확했다. 그리고 5년 만의 가을 야구에서 3세이브를 올렸다. 포스트시즌 성적은 13이닝 1실점(비자책) 평균자책점 '제로(0)'다.
◇양의지-정수빈-이현승, 진통제ㆍ링거 투혼
두산은 정규시즌 144경기, 포스트시즌 14경기 등 한 해 동안 역대 최장인 158경기를 치렀다. 시즌 막판 순위 3위 싸움을 하느라 힘을 뺀 데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올라오느라 체력 소모가 컸다. 특히 중압감이 큰 포스트시즌 경기는 정규시즌보다 2배 이상 피로도가 몰려온다. 또 한국시리즈에서는 추위까지 찾아와 감기에 걸린 선수들도 속출했다.
가뜩이나 몸도 힘든데 불의의 부상도 뒤따랐다. 포수 양의지는 NC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 오른 엄지발가락 미세골절, 톱 타자 정수빈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 왼 검지 열상으로 6바늘을 꿰맸다. 둘은 부상 탓에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지만 강한 출전 의지를 내비치며 참고 뛰었다. 양의지는 부상 이후 진통제를 달고 살았다. 투수조 최고참인 마무리 이현승은 많은 투구 수로 인해 밀려오는 극심한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 병원에서 영양주사까지 맞았다.
이들의 진통제 및 링거 투혼은 동료들을 더욱 똘똘 뭉치게 했다. 중심 타자 김현수는 "양의지도 뛰는데 어느 누구도 아프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고, 민병헌은 "누구나 아픈 부위는 있지만 경기에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니라면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거들었다.
◇허경민-정수빈-박건우, 결실 이룬 화수분 야구
두산은 사실상 포스트시즌을 외국인 선수 2명 없이 했다. 투수 앤서니 스와잭은 팔 부상으로 플레이오프부터 전열에서 빠졌고, 타자 데이빈슨 로메로는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3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쟁 팀과 달리 전력 열세를 안고도 두산은 토종의 힘으로 극복해냈다.
두산의 5차전 선발 라인업은 모두 직접 뽑아 키운 선수들이다. 특히 1990년생 트리오 허경민-정수빈-박건우는 '화수분 야구'가 꽃피운 대표적인 사례다. 허경민은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23) 기록을 세웠고, 정수빈은 타율 5할대로 맹타를 휘둘렀다. 가을 야구를 처음 경험했던 박건우는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 끝내기 안타, 한국시리즈 3차전 결승타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팀의 중심으로 부쩍 성장한 김현수, 민병헌, 양의지, 오재원, 김재호 등은 큰 경기에서도 자신의 몫 이상을 충분히 하며 사이 좋게 첫 우승 반지를 꼈다.
사진=두산 선수단. /잠실=임민환 기자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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