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초보' 김태형(48) 두산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첫 해 큰 일을 냈다.
김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을 13-2 완승으로 장식하며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김 감독은 김응용(1983년 해태)-선동열(2005년 삼성)-류중일(2011년 삼성) 감독(대행 출신 제외)에 이어 역대 4번째로 데뷔 시즌에 우승한 사령탑으로 이름을 올렸다.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기록도 있다. 김 감독은 정규시즌 3위로 첫 시즌에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감독이 됐고, 한 팀(두산ㆍOB 포함)에서 선수(1995, 2001년)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맛보는 역대 첫 주인공이 됐다.
김 감독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신임 사령탑 중 가장 좋은 3위의 성과를 냈다. 시즌 전부터 주축 투수들의 부상, 개막 후 믿었던 선수들의 부진과 외국인 선수 효과도 보지 못하는 돌발 변수에도 민첩한 대응으로 넥센과의 3위 싸움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감독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는 단기전에서 프로야구 대표 지략가로 손꼽히는 염경엽 넥센 감독, 김경문 NC 감독을 넘어 통합 4연패를 이룬 류중일 삼성 감독보다 높은 곳에 올라섰다. 특히 2년 전 두산의 한국시리즈 실패를 거울 삼아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는 잡을 수 있는 경기를 확실히 잡았다.
김 감독은 뚝심 있는 지도자로 평가 받는다. 선수 때부터 지도자 시절까지 한 팀에서 10년 넘는 시간 동안 함께 했던 김경문 NC 감독을 보고 배운 영향이다. 둘의 공통 분모는 포수 출신 감독이라는 점이다. 경기를 보는 눈이 탁월하고, 선 굵은 야구를 한다. 김태형 감독이 SK 코치로 있을 때 지켜본 김용희 SK 감독은 "순간순간 민첩하게 움직이고 판단력이 좋다"고 평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본인이 아니다 싶을 때는 주위의 반대에도 밀어붙이는 뚝심이 있다"고도 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대충하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 모습이 보일 때면 어김 없이 채찍을 든다. 시즌 중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느슨한 플레이로 내주면 호되게 꾸짖었다. 질책할 때는 세게 나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가급적 선수들에게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했다. 많은 말을 하지 않지만 한 번씩 농담으로 기분을 풀어준다. 또 부진한 선수가 있으면 지적을 삼가고 간단하게 요점만 짚어준다. 이 때 자주 하는 말은 "편하게 하라", "하고 싶은 대로 하라" 등이다. 이런 영향으로 선수들은 슬럼프에서 벗어나면 "감독님이 편하게 해준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나타낸다.
선수단을 잘 아우르고 성과까지 낸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진출 만으로도 충분히 성공적이라는 구단 내부의 평가를 받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올해는 김 감독으로서나 팀으로서나 말 그대로 기적 같은 시즌으로 기억될 것이다.
사진=헹가래 받는 김태형 두산 감독. /잠실=임민환 기자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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