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삼성의 도전이 끝났다. '무기'를 잃고 싸움에 나선 삼성에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삼성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2-13으로 졌다. 이날 패배로 시리즈 전적은 1승4패가 되며 준우승이 확정됐다. 사상 최초의 통합 5연패 도전도 막을 내렸다.
지난 4년간 정상에서 내려온 적 없던 삼성이었지만 이번 한국시리즈는 익숙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도박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균열은 시작됐다. 삼성은 결국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성환과 안지만, 임창용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쓰린 속을 달랬지만, '빠진 이'의 빈 자리는 너무나 컸다.
마운드의 힘으로 상대를 압도했던 삼성은 이번 한국시리즈에 없었다. 매 경기 실점을 하며 상대에게 끌려 다니기 바빴다. 1차전에서는 8실점을 했고, 2차전에서는 6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3차전과 5차전에서는 각각 5실점, 4실점을 기록했다. 마지막 경기였던 5차전에서도 13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5경기 총 실점은 무려 36점이다.
삼성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연패를 일궈내는 동안 한국시리즈 24경기를 치렀지만 5실점 이상을 기록한 건 단 4경기 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5차전까지 치르며 단 1경기를 제외한 4경기에서 모두 5실점 이상을 기록했다. 마운드의 힘이 얼마나 약해졌는지가 그대로 느껴지는 부분이다.
주축 투수들의 이탈로 '승리의 공식'도 실행하지 못했다. 삼성은 그간 단기전에서 '1+1' 마운드 운용을 기본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풍성한 선발 자원과 불펜진을 갖춘 삼성은 강한 선발 뒤에 확실한 불펜 카드를 붙여 상대 타선에 틈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선발의 뒤를 받칠 필승조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올해 17승을 기록한 선발 윤성환과 37홀드를 올린 안지만, 33세이브를 기록한 임창용이 모두 빠진 상태에서 매 경기를 불안한 마음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간 류중일 감독이 '1+1 카드'로 주로 기용했던 차우찬은 안지만과 임창용의 공백을 메울 필승조 역할을 수행하면서 마운드에는 여유가 없었다.
오히려 그간 익숙하지 않았던 '선발 당겨쓰기'로 힘겹게 마운드를 꾸려야 했다. 이전까지 단기전에서 '4명'의 확실한 선발 투수로 안정적인 투수 운용을 했던 삼성은 윤성환의 공백으로 인해 피가로와 클로이드, 장원삼 만으로 선발진을 짤 수밖에 없었다. 결국 1차전에 선발로 나섰던 피가로는 3일 휴식 뒤 4차전에 선발로 다시 등판했고, 2차전 선발 투수 장원삼은 5차전에 선발로 나섰다. 그리고 피가로와 장원삼은 3일 휴식 뒤 등판에서 나란히 실점을 하고 패전투수의 멍에를 썼다. 끝내 지워내지 못한 '도박 스캔들'의 그림자가 삼성의 도전에 발목을 잡은 셈이다.
사진=삼성 장원삼(가운데). /잠실=임민환 기자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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