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노경은
[잠실=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하늘에서 어머니가 도와주신 것 같다."
노경은이 정규시즌에서 부진했던 것을 한국시리즈에서 시즌 최고 투구로 팀을 14년 만의 우승 문턱까지 이끌었다. 그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7전4승제) 4차전에서 선발 이현호에 이은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5⅔이닝 동안 삼성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고 팀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소화한 이닝과 투구 수 92개는 9월25일 kt전의 5⅓이닝 86개를 뛰어 넘는 올 시즌 자신의 최다 기록이다. 직구 최고 시속은 148㎞를 찍었고, 주무기 포크볼은 상대 타자의 혼을 빼놨다. 다음은 노경은과 일문일답.
-오랜 만에 팬들의 환호 받으며 교체됐다.
"개인적인 생각은 버티는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싱대는 피가로와 차우찬이 나오고, 우리 팀은 현호가 안 되면 내가 나가는 거였는데 누가 더 오래가느냐, 버티느냐에 팀의 승패가 걸려있다고 생각하고 임했다."
-제구가 좋았는데.
"연습 투구할 때 힘을 못 받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계속 뭘 찾았다. 오른쪽 투구판을 밟는말이 나도 모르게 오픈 돼 있더라. 투수는 굉장히 단순하다. 투수들은 작은 것 하나에 좌우되는데 그걸 잡고 나서 하체 힘이 써진다고 생각됐다. 마침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6, 7회 바깥쪽으로 휘어나가는 포크볼을 결정구로 썼는데.
"왼손 타자에게 포크볼을 던지는 건 오른손 타자는 빠지면 몸에 맞는 볼이 될 위험이 있어서 포수가 앉아있으면 더 바깥 쪽으로 던진다. 한 가운데로 몰려 들어가면 큰 타구가 나와서 바깥 쪽을 더 보고 던졌다."
-나바로 타구가 파울 홈런이 됐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숨을 5초 정도 못 쉬었다. 처음엔 홈런인줄 알았다. 공이 마지막에 끝에서 휘길래 하늘이 돕는 구나, 어머니가 도와주시는 구나 싶었다. 힘 떨어졌더니 어떻게 상대해야 될 줄 모르겠더라."
-나바로 타석에서 투구 중 교체됐다. 지난 등판에서도 볼 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교체됐다.
"이전에는 아쉬웠지만 이번에는 감독님께 감사했다. 선수 마음을 감독님이 잘 아시는 것 같다."
-시즌 중 좋지 않았지만 좋은 모습을 보였다.
"중간 롱릴리프다 보니 맡은 역할 대로 최대한 길게 던져야 된다는 생각이다. 내가 한 게 너무 없어서 속상했다. 현승이 형이 혼자 던지는 걸 불펜에 앉아서 보는데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속상했다. 도와주고 싶은데 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오늘 이런 결과가 나와서 마음의 부담을 조금 덜어낸 것 같다."
-투구시 반팔을 입었는데.
"엄청 춥다. 얼어 죽는 줄 알았다. 긴 팔 입는 (장)원준이 같은 경우는 아무리 더워도 긴팔을 입는다. 나는 긴 팔 입으면 뭔가 답답하다. 자기 취향에 따라 하는 건데 나는 추워도 반팔을 입어야 한다.'
-내심 MVP를 기대했을 것 같다. 아쉽진 않나.
"더그아우세서 '니가 MVP야' 하는데 내가 올 시즌 성적이라도 좋았으면 기대 했을 텐데 나는 정말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다. MVP 받든 안 받든 정말 좋다. MVP 상금도 타이어더라.(웃음)"
-2013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승리투수였는데. 오늘과 비교하면.
"그때 생각도 많이 했다. 현승이 형이 던지는 걸 보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비참했다. 2013년에는 1차전에서 승리투수까지 했는데 지금은 정말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마운드에 올라 긴장하면 이 상황에서 다른 투수가 올라오면 잘 던져주겠지 싶고, 다른 투수들에 많이 기댔다. 그런데 어제 경기 끝나고 '아, 던지고 싶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현호가 잘 막고 내가 나가서 팀에 뭔가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어제부터 들더라."
사진=임민환 기자
잠실=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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