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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출판사 첫 책] <21> 무안만용 가르바니온 (2014)

입력
2015.10.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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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한별ㆍ에픽로그 대표

2013년. 언제나처럼 트위터를 훑다가 재미있는 트윗을 발견했다. 자기 연재 소설을 홍보해달라고 친구한테 치킨을 샀는데도 조회수가 낮다고 그 친구를 타박하는 내용이었다. 그 뒤로도 며칠 동안 홍보를 잘하네 못하네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다 작품을 읽었다. 나와 작가 dcdc, 그리고 첫 책인 ‘무안만용 가르바니온’이 만난 순간이다.

그때 ‘가르바니온’은 네이버 웹소설 자유연재란 한 켠에서 연재 중이었다. 한창 웹소설 공모전을 진행할 때였다. ‘가르바니온’도 공모전의 꿈을 꾸었으나 실망스러운 성적을 내고는 ‘본격 이 소설이 왜 망했나 탐구하는 에피소드’ 같은 자조적인 에피소드나 연재하고 있었다.

‘가르바니온’은 SF와 만화, 서브컬처, 인터넷 게시판 문화에 대한 패러디가 가득한 SF 소설이다. 패러디의 폭이 넓어서 호불호가 갈릴 테지만, 적어도 나는 이 작품이 너무나도 좋았다. 모지리들이 내내 모자란 짓을 하는데 그걸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지리의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그걸 ‘상냥함’이라고 이해했다.

바로 작가에게 말을 걸었다. “이 작품 저랑 냅시다.” “저야 좋지요.” 5분만에 첫 책이 결정됐다.

‘가르바니온’에는 영화배우 김꽃비가 굉장히 중요하게 나온다. 얼마나 중요하느냐면, 이 소설 전체가 김꽃비에게 바치는 찬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가르바니온’은 김꽃비 없이는 성립할 수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김꽃비의 도움이 필요했다.

다행히 작가는 깊은 팬질 끝에 김꽃비와 술잔도 기울이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작가의 부탁에 김꽃비는 선선히 책 표지 모델이 되어 줬다. 또 한국 SF 소설의 기수, 김보영 작가는 전부터 지켜보고 있었노라며 자진해서 장문의 추천사를 써줬다. 그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돕고 싶다며 달려들었다. 그래서 스튜디오 사진도 찍고 표지도 만들고 패러디 소개 영상까지 만들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이때만큼 큰 팀으로 움직여본 적이 없다. 아마 다시는 그럴 기회가 없을 것이다.

책을 내고 난 뒤에는 조금 더 재미있는 장면들이 펼쳐졌다. 책을 읽은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책이 아니라 김꽃비를 말이다. 작가는 그 광경을 기꺼이 반겼다. 무슨 말을 더 하겠나. 곧 작가 사인회를 빙자해 김꽃비 찬양회를 개최했다. 작가의 ‘덕질’이 독자들에게까지 이어진 셈이다. 적어도 내 주변에서, 김꽃비는 우주최강 미녀배우다.

좋은 기류를 타고 정신 없이 낸 감이 있지만, 어쨌거나 편집자는 첫 책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책은 혼자 만들 수 없다는 것, 은혜는 행동으로 갚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김꽃비는 굉장히 멋진 배우라는 것. 어쩌면 이 책을 내면서 에픽로그라는 출판사의 정체성이 확립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좋은 작품을 만나는 건 편집자에게도 출판사에게도 큰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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