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 '내 아버지로부터의 전라도'

내 아버지로부터의 전라도
오윤 지음
사람풍경 발행ㆍ319쪽ㆍ1만4,800원

“어느 집이나 소쩍새 우는 사연은 있기 마련이다.”

지난 여름 1,20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 영화 ‘암살’에 나오는 대사다. 굴곡진 사연 하나 없는 집안이 어디 있겠냐는 이 대사는 불우했던 시대상과 연결지으면 꽤 곱씹을만하다. 나라 잃은 냉혹한 현실에서 가가호호 비애 어린 드라마 하나쯤은 품었으리라.

개인사나 가족사는 시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무명의 삶이라도 역사와 영향을 주고 받으며 생성하고 소멸한다. ‘내 아버지로부터의 전라도’가 그런 자서전이다. 무명인 저자의 39년 인생을 관통하며 20세기 중엽부터 현재까지의 사회상을 읽는다. 조부모의 연애와 조락,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장기를 풀어내며 ‘나’가 있기까지의 가정사를 일별한다. 가정사엔 격동의 현대사가 얽혀있다. 일제강정기에 징용자를 대상으로 주점을 운영해 부를 쌓았던 조부모, 6ㆍ25전쟁 전후 이념대립의 와중에 참사를 겪어야 했던 친가의 비극, 양모 밑에서 시달리다 언니의 손에 이끌려 고단한 서울 생활을 시작했던 모친의 사연 등이 이어진다.

서울에서 태어난 저자는 자신의 삶의 뿌리를 전라도에서 찾는다. 연좌제와 출신 지역 때문에 공직사회에서 불이익을 당한 아버지의 사연이 ‘나’의 성장 과정에 그림자로 작용했다고 여긴다.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입학했으나 좌천한 아버지를 따라 목포로 내려간 일, 아들에게 전라도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까 봐 아버지가 서울로 전학 보낸 일, 다시 광주로 가 소외 지역의 정서를 온 몸으로 느꼈던 과거가 파노라마로 이어진다. 연애담과 입시, 입사, 해고 등 개인에겐 거대하고, 사회에는 소소한 일화가 전개된다.

책 제목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을 연상시킨다. 오바마처럼 권력의 정점에 오른 인물이 아니어도 자기만의 장대한 역사를 지니기 마련. 저자는 일명 ‘자기 역사 쓰기’를 통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대면하게 됐고 “모든 이야기의 배면에 깔린 한국 사회의 빛깔 속에서 깊은 슬픔과 적막을 느끼곤 했다”고 말한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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