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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이 단일 국가?" 삐딱한 역사학자의 도발적 일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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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이 단일 국가?" 삐딱한 역사학자의 도발적 일본사

입력
2015.10.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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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노 요시히코는 주류 역사학이 주장해 온 “일본이 천황 아래 유지된 단일하고 순정한 국가”라는 통념을 반박한다. 사진은 2013년 12월 팔순을 맞은 아키히토 일본 일왕 부부가 황궁 발코니에서 인사를 하는 모습. 도쿄=AP 연합뉴스
아미노 요시히코는 주류 역사학이 주장해 온 “일본이 천황 아래 유지된 단일하고 순정한 국가”라는 통념을 반박한다. 사진은 2013년 12월 팔순을 맞은 아키히토 일본 일왕 부부가 황궁 발코니에서 인사를 하는 모습. 도쿄=AP 연합뉴스

일본의 역사를 새로 읽는다

아미노 요시히코 지음ㆍ임경택 옮김

돌베개ㆍ394쪽ㆍ1만8,000원

‘일본의 역사를 새로 읽는다’(돌베개)는 일본사의 통념을 뒤집는 역사 교양서다. 저자 아미노 요시히코는 일본 주류 사관의 관점에선 다소 삐딱한 역사학자다. 단일민족론이나 열도의 독자성을 강조해 온 역사학계 보편 정서를 뿌리부터 재검토한다. 1991년과 95년에 출간된 전편과 속편을 묶어 2005년 새로 출간한 지쿠마 학예문고를 옮긴 책은 일본에서 60만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28년 유력한 우파 가문에서 태어난 아미노는 패전 직후 도쿄대에 입학해 역사학을 공부했다. 학생운동에 투신하는가 하면, 고교 교사나 일본상민문화연구소 연구원 등 다양한 자리를 거쳤고 민속학, 문화인류학의 방법론을 접목한 학제간 연구로 잊혀진 중세 일본의 잊혀진 면모를 드러냈다. 나고야대, 가나가와대 등에 몸 담았으며 2004년 작고했다.

일본의 문자, 화폐, 여성, 국호의 뿌리, 농업, 교역 등을 조명한 책은 강연 내용을 글로 엮어 쉽고 간결한 구어체 문장이다. 책을 통해 아미노가 “수상하고 근거도 없는 상식”이라 주장하는 고정관념은 ▦일본이 일통(一統)의 천황 아래 유지된 단일한 국가다 ▦폐쇄적인 섬나라였기 때문에 독특한 세계관, 문화를 보유하게 됐다 ▦전근대 일본 경제가 농업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천민, 여성, 상공업자는 고대부터 차별 받았다 등이다.

그는 다수의 문헌과 두루마리 그림인‘잇펜히지리에’ 등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조목조목 이 통념을 반박한다. 7세기 천황제와 일본이라는 국호가 도입된 이후로도 적잖은 기간 다수의 독립적 왕권이 존재했으며, 결코 폐쇄적이라 할 수 없을 만큼 대륙과의 교역이 활발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특히 과거 관리자, 주류로 당당하게 대접받던 여성과 상공업자들이 유교에 기반한 중국식 율령제가 뿌리 내리며 차별 받기 시작한 점을 주목한다. 중세 일본의 천민, 상공인, 여성 등의 삶의 모습을 재구성하는 동시에 일본이 상상 이상으로 이웃 국가의 영향권 하에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나아가 한국과 중국에서도 유교와 농본주의 이데올로기의 영향으로 비농업적 요소들이 과소평가돼 왔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아미노 사관’ 은 일본 안팎에 영향을 미쳤다. 유명 각본가이자 소설가 류 게이치로가 작품 무대 설정에 아미노의 학설을 도입했고,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신의 작품 캐릭터 설정에 아미노 사관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모노노케 히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일본 중세 대전환기 이후 천시받기 시작한 여성, 상공업자 등을 대변한다.

그가 이런 도발적 연구에 공을 들인 까닭은 과거를 직시하는 것만이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길이라는 신념 때문이다. 아미노의 당부는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으로 일대 파란을 겪고 있는 한국사회에도 적잖은 울림을 준다.

“우리가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그 가운데서 해야 할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일본 스스로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신장해야 할 것은 부수고, 에너지를 쓸모 없이 사용해 일본인이 황당한 데로 가버릴 겁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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