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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 치우치지 않고 문제ㆍ타협점 제시 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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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 치우치지 않고 문제ㆍ타협점 제시 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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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30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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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들이 21일 한국일보사 회의실에서 '국정화 문제'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들이 21일 한국일보사 회의실에서 '국정화 문제'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 10월 회의가 지난 21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 본사 18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한국일보의 독자 권익 침해 여부를 짚어보고 편집 방향을 조언하는 이날 회의에는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인 권광중 독자권익위원장을 비롯해 최창렬 용인대 교수, 지평님 황소자리 출판사 대표, 주부 정희수씨, 대학생 윤여진(경희대) 변은샘(가톨릭대)씨가 참석했다. 한국일보에서는 간사인 이계성 수석 논설위원과 진성훈 편집위원이 함께 했다.

독자권익위원들은 최근 화제였거나 관심을 끌고 있는 ‘국정교과서 문제’ ‘총선 공천 방식’ ‘한미 정상회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윤여진=안심번호 오픈프라이머리 이슈에 대해선 여권 내 대결 구도 식의 정치공학적 표현이 많았다. 정치공학적 표현은 독자가 정치 이슈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면서 이슈보다는 갈등만 부각되는 경향이 있었다.

북한 노동당 창당 70주년 열병식에서 북중의 유화적인 모습과 미사일 발사 도발이 없었다는 것을 대화를 위한 북의 사전정지작업으로 해석했다. 외교 부문에서는 특히 언론사의 적극적인 의제 설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17일자 사설 ‘북핵 해결 의지 재확인한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전략적 관여’라는 말을 언론사 처음으로 썼다. 19일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최고위원 회의에서 “전략적 인내도 전략적 관여도 전략적 형성도 아닌 어설픈 밀당 외교로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해졌다”고 발언했다. 한국일보가 쓴 전략적 관여라는 말을 정치권에서도 사용한 셈이다.

변은샘=국정교과서 문제를 주요 기사로 다루고 교과서 쟁점들을 기획기사로 정리하는 등 관련 보도가 대체로 심도 있었다. 선거제도와 총선 공천룰에 대한 논의는 9월부터 계속되어왔지만 공천특별기구 논의 이후부터는 단순 사실 전달 위주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쟁점은 애초 여당 내 갈등이 아니라 그 갈등을 일으키게 한 각자의 공천 룰에 대한 생각들인데 ‘전쟁’이란 단어를 사용해 갈등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여 아쉬웠다.

한미 정상회담 관련 보도는 회담에서 아쉬웠던 점을 잘 정리했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이전에 메르스를 장기적으로 다룰 때처럼 일정기간 이상 다루어야 하는 사안의 경우 일정한 틀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다룰 방법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최창렬=한국일보와 집에서 구독하는 다른 신문을 비교해 봤다. 9월 18일자 한국일보 1면은 ‘체임 폭증 건설 노동자는 추석이 더 눈물겹다’이고 관련기사는 6면에 있었다. 1면 주요기사와 관련 기사가 너무 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는데 이 경우도 그렇다. 이날 신문은 ‘롯데 신동빈 회장의 국감 출석’과 ‘야당의 혁신안 통과’가 큰 기사였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일보 1면은 현안과 조금 동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9월 21일자 신문에서는 ‘천정배 신당’과 ‘안철수 의원의 제3의 길(혁신안 제안)’이 관심사였는데 한국일보 1면 톱은 ‘포털에 대한 정치적 외압이 문제다’ ‘언론학자 ‘포털 정치중립 논란’ 설문’이었다. 19일자에 나왔어야 할 기사다. 1면에 주목을 끌기 어려운 기사를 배치하는 경향이 있다. 의제 설정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것 아닌가.

10월 5일자 선거구 획정과 공천 룰에 대한 여야 입장 차 등은 헷갈리고 짜증나는 부분을 도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돋보였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서는 한국사 교과서 쟁점 비교 등에서 도표와 사진을 곁들여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잘 정리했다.

지평님=국정화 논란이 불거진 뒤 한국일보는 거의 매일 2개 면 이상을 할애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자칫 이념 대결로 보이기 쉬운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기 쉽도록 상세하게 보도해 읽을거리를 제공했다. 정부가 국정화를 서둘러 발표한 이후 무수하게 쏟아진 감정적인 기사나 칼럼과 별개로 한국일보가 사설에서 ‘임기 내 국정화로는 무리’ 등 현실적인 난제, 타협점들을 적시해준 것도 좋았다.

한국일보에서 여행 관련 기사는 문화레저부문 중 가장 많은 면을 차지한다. 신한국견문록 등 국내외 여행면이 매주 3면 정도 나오는 것 같다. 그 비중에 비해 기사 서술 방식이 틀에 박힌 게 아쉽다.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지, 루트, 지자체 단체장의 소개 멘트, 먹을거리 등을 스케치하는 식의 글은 요즘 인터넷에서도 인기가 없다. 게다가 해외 여행지 소개는 협찬사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반영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권광중=10월 1일자 ‘조세 전문가 54%, 한국 세제 공평하지 않다’라는 기사에서 왜 세무사협회와 설문조사를 했는지 의문이다. 세무사회가 아니라 세법 관련 학회와 설문 조사를 했다면 좀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정희수=젊은 세대로서 볼 거리 기사가 많았다. 10월 3일자 ‘벼랑 끝 엄마의 극단적 선택’은 요즘 젊은 엄마들 이야기다. 주위에서 싱글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고충이 많다.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정이 무너진다는 내용이 기사에 담겨 있었는데, 조금 더 나아가 그런 엄마들을 위한 복지 정책 등을 제시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국정화 문제를 두고 엄마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에 대해 입에 담지도 못할 험담까지 한다. 북한이 공산당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독재정치, 공산국가가 아닌가 하는 식이다. 아이에게 무얼 가르치고 배워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9월 22일자 ‘북한의 미사일 위협은 소외된 자신들에 대해 손잡아 달라는 강력한 신호일 수 있다’라는 내용의 칼럼을 비롯해 북한 열병식 관련 보도는 전반적으로 좋았다.

권광중=원론적으로 국정화 문제는 우리나라의 특수상황도 고려돼야 한다고 본다. 서방국가는 없다는 식의 비교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북한과)서로를 방어, 공격하고 있다. 교과서 내용 자체가 전쟁의 일환이다. ‘후세를 내편으로 만들겠다 그래서 먹겠다’ 이런 전략인데 이걸 그냥 선진국과 똑 같은 차원으로 묶을 수는 없다.

최창렬=이 사안의 발단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보수는 보수쪽 편을 결집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자기 편을 결집하는 것은 거기서 파생된 정치공학의 문제다. 박 대통령이 아버지 명예회복에 꽂혀있어서 시작된 일이다. 다음 총선의 승리라든지 하는 정치적 목적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처음에는 적극적이지도 않았다. 대통령의 뜻을 거스를 수 없고 (정당은 총선에 민감하니)총선에서 유익할 수 있겠다고 판단한 거 같다.

권광중=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도 역사 교과서 편향 논란이 있었다. 학설, 사관에 따라 달리 이야기 하는 교과서 다양화 원칙은 좋다고 본다. 그런 교과서가 나오면 채택도 자유롭게 해야 한다. 그런데 교학사 발간 교과서를 채택하려는 학교에 비난을 퍼부었다. 발행의 자유가 있다면 채택의 자유도 보장 되어야 되지 않나.

최창렬=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역사적 배경이 다른 건 맞다. 그런 사정은 어느 나라나 다 있다. 분단 때문에 국정화해야 한다는 건 논리의 비약이다. 교학사 교과서가 여러 학교에서 채택 안 된 것은 그것이 엉터리라서 그런 것 아닌가.

권광중=종교인 과세 문제를 한 달 동안 여러 차례 다루었는데 이는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므로 입법화를 서두르거나 과세의 법적 근거를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언론이 종교인들에 대해, 또 종교계의 눈치를 보는 정부(국세청)에 대해 현행법에 따라 근로소득세 납세ㆍ징수를 촉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9월 19일자 ‘밥 먹었니 물었더니 “이응이응” 야단 맞고서는 “지읒시옷”’은 청소년들의 언어 파괴 현상을 지적한 적절한 기사라고 생각한다. 한글날에 맞춰 이런 내용이 많이 실렸으면 좋겠다. ‘특파원 칼럼’이 실리는 코너의 편집을 개선했으면 좋겠다. 제목이 글 가운데 들어가 있고 본문이 제목 아래가 아니라 왼쪽 위에서부터 시작돼 글 시작 지점이 매번 혼동된다.

변은샘=10월 21일자 사설면에 한국일보 논조와는 다른 국정교과서 찬성 광고가 실렸다. 최근에 한겨레신문 1면에 역시 한겨레 논조와 다른 이 광고가 실려 화제였다. 한국일보 논조와 다른 광고가 실린 것은 한국일보의 뜻과는 관계가 없나.

이계성=관계가 없다. ‘신문은 아무도 이용해서는 안 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광고는 논조와 관계없이 한국일보 지면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

진성훈=신문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광고가 불가결하다. 신문사가 유지돼야 의견을 펼칠 수도 있다. 그리고 광고도 일종의 의견 표현이며 이를 막을 수는 없다. 권 위원장이 국정교과서 문제에서 한쪽 이야기만 듣는 거 아니냐고 했는데 한국일보의 관점은 분명하다. 국정화 반대다. 물론 찬성하는 사람의 의견도 다룰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정리=김범수기자 bskim@hankookilbo.com 고선영사원 god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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