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숙의 '망원동 에코 하우스'

'망원동 에코 하우스'의 저자 고금숙씨가 설치한 비전력 스피커. 이후 제공
망원동 에코 하우스
고금숙 지음
이후 발행ㆍ332쪽ㆍ1만6,500원

‘에코’는 종종 럭셔리의 또 다른 유행일 뿐이라는 혐의를 받는다. 소비자를 주눅들게 하는 친환경 유기농 제품의 비싼 가격표는 터무니없다는 반발심을 불러일으키고, 에코백이니 킨포크 스타일이니, 돈도 있고 시간도 넘쳐나는 유한계급의 놀이 같기만 하다. 월급 130만원의 환경단체 활동가 고금숙씨가 동가식서가숙으로 셰어하우스의 개념을 선취하며 살아온 20년 세월을 마감하고, 정주의 욕망을 좇아 15평짜리 망원동 연립주택을 사버리기로 결심했을 때, 그러니까 필연적으로 갈등의 서사는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생태운동에 인생을 바치고 있으면서 도시에서의 삶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모순적이어서 매력적인 ‘망원동 에코 하우스’의 저자는 한편의 슬랩스틱 같은 ‘친환경 내 집 마련’의 서사를 통해 만만찮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과업을 유쾌하게 수행해낸다. 집을 사볼까 하는 스스로에게도 당황스러웠던 아이디어는 일단 폭등하는 전셋값이 초래한 것이지만, 그 아이디어를 과감히 실행할 수 있도록 추동했던 건 에코 하우스에 대한 욕망이었다. 내 집이라면 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추고, 에너지효율이 높은 패시브하우스로 고칠 수 있겠지. 생각만 해도 시크한 도시에서의 에코 라이프.

하지만 현실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지열발전으로 에너지를 얻으려면 15평짜리 집보다 더 큰 기계실을 지하에 설치해야 하고, 태양광 발전은 설치비에 미니 태양광에 100만원을 쓴다 해도 주변에 햇빛을 가리는 고층건물이 없는 남향집이 아니라면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다. 냉난방 에너지를 30% 이상 줄일 수 있는 단열재, 창호, 보일러 공사에 총 2,000만원의 집 수리비 중 1,500만원을 썼지만, 집에 온 손님들은 돈을 어디다 썼길래 낡아빠진 문짝 하나도 못 바꿨냐고 궁금해하기 일쑤.

'망원동 에코 하우스'의 저자 고금숙씨가 설치한 중수도 설비. 세면대의 물을 변기 수조로 흘려 보낸다. 이후 제공

그러나 세상엔 적정기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적당기술’이라는 것도 있다. ‘기술이 아니라 삶의 자세가 우리 집을 구원할 거야’라는 새로운 신념으로 저자는 적정기술들을 서민형 주택에 어울리는 적당기술로 적당히 변환하기 시작한다. 세면대에서 사용한 물이 저절로 변기 수조로 흘러내리도록 밸브를 달아 시공한 반수동의 ‘야매’ 중수도 설비, 찬 공기와 더운 공기를 마법처럼 순환시키는 나사(NASA)에서 우주선 칠할 때나 쓴다는 60만원짜리 페인트 베란다에 바르기, 친구들이 쓰던 살림 물려받아 집 꾸미기 및 새 살림 들일 땐 헌 살림 하나 빼내는 ‘살림총량제’ 시행….

효과는 놀라웠다. 전 거주인 대비 에너지 사용량은 -81.31%였고, 탄소증감량은 -3,450㎏이었다. ‘그 놈의 친환경’ 소리가 절로 나올 때도 있지만, “아주 집구석이 구구절절 뇌를 섹시하게 만든다”는 자화자찬의 우스개도 룸메이트와 주고 받는다. 작은 집은 집의 물리적 크기가 아닌 “작은 삶을 담고 심플하게 사는 삶의 방식”을 지칭한다. 부유하지 않아도 충분히 생태적인 이 삶은 빌려 쓰는 지구 위에서 더 없이 우아하고 충일하다.

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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