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진통을 겪은 이후 잠잠했던 삼성그룹의 사업 재편 작업이 30일 롯데그룹과의 화학 계열사 빅딜로 다시 기지개를 켰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전자와 금융, 바이오 등 3개 사업축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추가 정리 작업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이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실하게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현재 이 부회장과 삼성물산은 각각 삼성SDS 지분 17.08%, 11.25%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는 이 부회장이다. 만약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합병해 최근 시가총액 비율대로 삼성SDS 주식이 삼성전자 주식으로 바뀔 경우 삼성물산과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주식을 각각 1.7%, 1.1% 더 보유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은 약 5.8%로 늘어난다. 여기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분(3.38%)까지 합치면 오너 일가는 삼성전자 지분을 10% 가량 보유하게 돼 안정적인 지배력을 다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이 부회장이 안정적인 그룹 지배권을 확보한 점을 감안하면 다음 수순은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29일 3분기 실적발표때 “현재 삼성SDS와의 합병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삼성물산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삼성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삼성물산을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막대한 자금을 들여 삼성전자를 포함한 상장 자회사 지분 20% 이상을 확보해야 하고, 금융산업 구조개선 관련법의 금산분리 조항에 따라 삼성생명 등 금융사 지분을 팔아야 하는데 당장 이를 실행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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