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모래갯벌을 걷다 바닥이 들썩이는 느낌을 받았다.
내려다 보니 좁쌀만한 모래 경단이 갯벌을 온통 뒤덮고 있다.
발걸음을 옮기는 찰나 다시 한 번 바닥이 들썩인다.
이번엔 아예 쪼그려 앉아 자세히 들여다 본다.
수많은 모래경단들 사이로 직경 1cm도 안 되는 작은 구멍이 촘촘하다.
꿈쩍 않고 있으니 조그만 집게다리가 구멍 위로 올라온다.
엽낭게.
모래에 묻은 유기물질을 섭취한 후 깨끗해진 모래를 동그랗게 뭉쳐 뱉어내는 ‘바다의 청소부’다.
자기 몸무게의 수백 배에 이르는 모래를 매일 닦는다.
“왜 좋은 일 하면서 눈치를 보니?”
신통한 청소작업을 지켜보다 몸을 일으키자 또 다시 바닥이 들썩, 인기척에 놀라 구멍으로 피신한 수줍은 청소부들은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pindropp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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