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독립 국가기관에서 출판된 교재에 대한 경제단체의 불만 제기를 받아들여 잠정 판매 중단과 재평가를 요청해 학계와 시민사회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30일 독일 슈피겔에 따르면 독일고용주협회(BDA)는 지난 6월 내무부와 연방정치교육원(bpb)에 bpb가 지난 2월 출간한 ‘경제와 사회’교재의 내용이 기업에 대한 “편파적ㆍ적대적 선전선동을 하고 있다”며 판매 금지를 요구했다. 이 책은 교사용 교육 참고자료로, 경제와 사회의 관계를 12개의 주제로 나누어 다양한 시각의 저자가 쓴 글을 모은 것이다.
bpb는 시민의 민주주의 의식 고양과 교육지원을 위해 설립된 국가 기관으로, 법무상 내무부 감독하에 있지만 초당파적이며 독립적 운영이 보장된다.
페터 클레버 BDA 사무차장은 내무부에 보낸 편지에서 “이 책이 기업을 정치와 학교에 이기적이고 불투명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말도 안되는 이미지로 그렸으며, 독일 기업이 수행하는 건설적이고 중심적인 역할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한 예로 그는 로비를 주제로 한 챕터에서 ‘로비에 관한 상반된 시각들’에 대해 학생들이 토론하도록 했으나 “예시된 입장들은 결국 ‘로비는 민주주의의 최악의 적’으로 묘사하는 시각을 지지하는 쪽으로 유도한다”고 주장했다.
BDA의 판매중단 요청 후 약 6주만에 내무부는 지난 7월 bpb에 공문을 보내 “포괄적인 경제와 사회를 다루겠다는 책의 제목과 달리 전반적인 내용을 특정 이념적 학설이 지배하고 있다”며 잠정 판매 중지와 재평가를 요청했다.
시장 출판 교재의 잠정 판매 중단이라는 “극단적으로 드문” 사태에 독일 학계와 시민사회는 크게 반발했다. 독일사회학회는 “BDA는 책의 저자가 쓰지도 않은 내용을 인용하고, 맥락을 무시한 채 일부 문구만 잘라내고 축소했으며, 설명도 없이 일부 내용을 뺀 채 인용해 내용을 곡해했다”며 “의도적으로 스캔들을 일으키려 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로비통제’는 “내무부가 BDA의 희망에 따라 bpb 교재를 검열하고,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과 업계단체들이 학생들의 로비에 대한 토론조차 검열하려 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슈피겔은 “이 교재를 없애려 한 BDA의 시도 역시 향후 수업의 좋은 예시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내무부는 28일 한 발 물러나 “책의 판매가 곧 재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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