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 조력자에 매달 수백만원씩 줘
경찰로비 창구역할 전직 경찰 체포
2008년 조희팔 사건 당시 ‘총괄실장’으로 활동하다 잠적한 강태용(54)의 매제 배상혁(44)이 실제로는 재무담당 상무라는 중책을 맡아 거액을 은닉한 정황이 포착됐다. 전체 자금 흐름은 물론 은닉자금 규모와 수법 등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불법다단계업체에서 전무직을 맡으며, 경찰 로비창구 역할을 했던 전직 경찰관이 경찰에 붙잡혔다.
조희팔 불법다단계업체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방경찰청은 핵심인물인 배씨가 지난 7년간 고교 동기동창 2명의 도움을 받아 도피했고, 배씨가 이들에게 매달 수백만원씩 월급형태의 수고비를 지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송민헌(경무관) 대구경찰청 2부장은 이날 “배씨와 조력자들은 단순히 고교 동기동창이라는 친분관계가 아니라 금전관계로 얽혀 있었다”며 “경찰청 본청으로부터 계좌추적 전문 수사관 2명을 지원받아 배씨와 조력자 본인, 그 가족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실시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배씨의 도피행각을 도운 이모(44)씨를 지난 28일 구속한 데 이어 최모(44)씨도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한 2007~2008년 당시 ‘전무’ 직함을 가지고 ‘대경찰 업무’를 담당한 전직경찰 임모(48)씨를 지난 29일 체포했으며, 사기방조 등의 혐의로 30일 중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임씨는 2006년 9월 다른 뇌물수수 사건에 연루돼 경찰직에서 파면됐으며, 이미 구속된 정모(40) 전 경사의 소개로 이듬해 4월부터 불법 다단계업체에 도시락 납품을 시작했다. 이어 5월부터 전무직함을 받아 매달 500만원을 받고 경찰 로비와 수사정보 입수, 변호사 선임 등의 역할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임씨는 2012년에는 조희팔의 자금을 숨겨 관리한 죄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경찰은 배씨가 개인적으로 은닉한 자금만 수십억에서 100억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교 동기들에게 준 돈과 강원도 펜션 임차비용, 대형승용차 구입ㆍ유지비, 골프ㆍ낚시 등 레저활동비 등을 고려할 때 해마다 1억 원 이상 필요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배씨는 차명계좌의 자금을 양도성예금증서(CD) 등으로 바꾼 뒤 현금화하는 등 치밀한 자금세탁을 거쳐 도피자금으로 써 온 점에 비춰볼 때 은닉자금이 상상 이상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송 2부장은 “조희팔 사기와 범인도피, 범죄수익금 은닉 등에 연관된 경찰관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수사하겠다”며 “중립적인 수사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대구지방경찰관 소속을 배제하고 본청으로부터 수사인력을 지원받아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