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 동안 심장혈관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던 스텐트 시술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스텐트 재료의 발전은 물론 약물방출 스텐트까지 등장하면서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일단 관상동맥에 스텐트를 장착하면 다시 뺄 수 없어 병변이 재발했을 때 다시 시술하거나 수술하기가 어렵고, 평생 혈전용해약물을 먹어야 하는 부담이 따랐다. 하지만 이제 국내에서도 관상동맥에 스텐트를 삽입한 뒤 3년이 지나면 모두 녹아 흡수되는 ‘생체 흡수형 심장 스텐트’ 시술이 가능해졌다.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교수팀은 “최근 최모(74)씨 등 협심증 환자 2명에게 생체 흡수형 심장 스텐트 시술을 시행했으며, 이를 이용해 심장혈관질환으로 발생하는 급사의 예측인자 개발의 다국가 임상연구를 본격 시작한다”고 밝혔다. 연구에는 한국 미국 싱가포르 등 9개국 29개 의료기관이 참여한다.
생체 흡수형 스텐트는 몸에 녹는 봉합사의 재료인 폴리 엘-락타이드로 제작된 스텐트로 병변이 있는 심장혈관 부위에 삽입되면 6개월 동안 견고하게 장착돼 혈액 흐름을 원활히 해주고 그 후부터 혈관 안에서 서서히 녹기 시작해 3년 이내 모두 녹는다.
따라서 시술 후 시간이 지나면 혈관에 아무 것도 남지 않기 때문에 혈관 기능이 자연히 회복되고, 혈관이 커질 수 있게 된다.
환자로서는 1년 동안만 혈전 용해 약물을 먹기 때문에 약물복용에 대한 부담을 덜고, 스텐트를 넣은 부위에 병변이 재발할 경우 재시술이나 수술하기 어려웠던 기존 치료에 비해 향후 치료에서 다양한 시술이나 수술이 가능해진다.
박 교수는 “혈관에 영구적으로 남는 그물망 모양의 금속 스텐트와 달리 막힌 심장혈관을 늘려 혈류를 개선한 뒤에 혈관에서 완전히 흡수되면서 병변이 있는 혈관 기능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한 “기존 관상동맥질환자가 엄격한 기준을 통해 스텐트 치료를 받았던 것처럼 생체 흡수형 스텐트도 검사를 통해 필요한 환자에게만 시행되고, 이미 전 세계 12만5,000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돼 안심하고 치료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시술은 아직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금속 스텐트의 경우 1개 당 환자 본인부담이 5%여서 198만원의 비용 중 10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되지만, 생체 흡수형 스텐트는 환자가 200만원 전액을 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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