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결혼사진 촬영업체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지난해 4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사진영상기자제전’에 참석했다가 깜짝 놀랐다. 앨범 제작업체들의 홍보 부스를 둘러보던 중 자신이 찍은 사진 30여장이 버젓이 게재돼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해당 사진들은 김씨가 한 신혼부부의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촬영한 것이었다.
김씨는 “직접 촬영해 편집ㆍ보정 작업 등 창작 활동을 거친 웨딩사진을 무단 게재하는 것은 저작권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앨범제작업자인 정모씨는 “웨딩사진은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문학ㆍ학술ㆍ예술적 저작물이 아니다”며 “공표된 사진을 이용하는 것은 관행”이라고 맞섰다.
법원은 김씨의 손을 들어 줬다. 서울북부지법 형사2부(부장 강인철)는 다른 사람의 사진을 무단 사용한 혐의(저작권법 위반)로 기소된 정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다고 30일 밝혔다. 웨딩사진도 신부의 아름다움과 신랑, 신부의 행복한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구도 자세 소품 빛의 방향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창작물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촬영자의 노력이 깃들어 있어 작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는 웨딩사진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된다”며 “다만 저작권 위반 기간이 길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벌금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만원에 처한다”고 밝혔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