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지에서 고용돼 북한의 외화벌이에 동원되고 있는 북한 노동자가 현재 5만 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한달 평균 120~150달러의 임금을 받고 광산, 벌목장, 건설현장, 섬유 및 의류공장 등에서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마주르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28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과 최근 유엔에 제출한 북한 인권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강제노동’에 해당하는 이런 조건에서 일하는 북한의 국외 노동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일하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알제리와 앙골라, 캄보디아, 적도기니, 에티오피아, 쿠웨이트, 리비아, 말레이시아, 몽골, 미얀마, 나이지리아, 오만, 폴란드,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이었다.
다루스만에 따르면 이들은 저임금뿐 아니라 음식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었고, 하루 근로시간이 최장 20시간에 달하거나 한달 중 휴일이 1, 2일에 불과한 극단적 경우도 있었다. 또 자신의 계약 내용을 구체적으로 모른 채 북한의 보안요원에 의해 근로행위를 감시고 있었다. 경제 제재로 외화가 부족해진 북한 정부가 이들이 받는 임금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며, 이런 경로로 조성되는 외화 규모가 연간 1조원이 넘는 12억~23억 달러로 추산됐다. 이는 북한의 국외 노동자들을 직접 인터뷰했던 시민단체들의 보고서를 기초로 한 것이다. 그는 북한 정부의 행위가 강제노동을 금지한 유엔의 ‘시민적ㆍ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위반이며, 이들을 고용한 기업은 불법 강제노동과 결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루스만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열악한 북한의 인권 상황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며 이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북한에서 여전히 출신 성분에 따른 차별과 적법 절차를 무시한 처형, 자의적 구금, 고문, 학대 등이 자행되고 있으며 정치범 수용소 운영을 통해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루스만은 한편 북한 경제가 나빠지면서 주민들이 정부에 의존하기보다는 자활능력을 갖추려는 긍정적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소기업들이 세워지고 부동산 시장이 태동하며 휴대전화가 널리 사용되고 남한의 음악ㆍ비디오가 밀반입되고 있다는 등의 보고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인권 문제는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관여만으로는 개선될 수 없다”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유린하는 (최고)관련자에 대한 책임 규명 문제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