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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로고가 나오기까지… 디자이너의 생생한 고생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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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로고가 나오기까지… 디자이너의 생생한 고생담

입력
2015.10.3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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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밤중 삼거리 작업실

홍동원 지음

동녘 발행ㆍ287쪽ㆍ1만8,000원

탄생 백 년이 채 안 된 것이 디자인이지만 갈수록 중요해진다. 디자인은 책의 얼굴이고 로고는 회사의 얼굴이다. 타고난 감각으로 막대한 부가가치를 챙기는 디자이너들의 삶이 겉으로는 쉬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독자들이 최종적으로 보고 있는 책 디자인은 결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디자이너는 현장을 취재하고 작가와 대화하며 얻은 영감을 수백 번 스케치하고 수십 가지 시안을 만든다. 시안이 클라이언트(의뢰자)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때로는 디자이너 스스로 성에 차지 않아 애써 만든 디자인을 갈아버린다.

‘오밤중 삼거리 작업실’은 글씨미디어의 아트디렉터 홍동원이 수능 대비용 단어장 ‘우선순위 영단어’에서 녹차 브랜드 ‘오설록’의 로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책과 로고를 만들면서 겪은 고생담이다. 홍동원은 “디자인은 중노동”이라 단언한다. 책 제목인 ‘오밤중 삼거리 작업실’ 자체가 디자인이란 일이 얼마나 고된지를 요약한다.

글자 쓰는 일 하나도 소홀할 수 없다. 로고 디자인은 쉬워 보이지만 수도 없는 스케치 과정을 거쳐 나온 결과물이다. 홍동원이 녹차 브랜드 '오설록'의 로고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한 자리에 모았다. 도서출판 동녘 제공
글자 쓰는 일 하나도 소홀할 수 없다. 로고 디자인은 쉬워 보이지만 수도 없는 스케치 과정을 거쳐 나온 결과물이다. 홍동원이 녹차 브랜드 '오설록'의 로고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한 자리에 모았다. 도서출판 동녘 제공

‘삼거리’란 디자이너가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음을 뜻한다.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로부터 주제 하나를 받지만,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은 무한대다. 디자인도 예술처럼 항상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하는 홍동원에게 이는 당연히 부담과 두려움으로 돌아온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항상 철저하게 취재하고 스케치한다. 헤매다 보면 한 줄기 계시처럼 아이디어가 떨어지고, 그걸 낚아채면 좋은 디자인이 나온다.

‘오밤중’은 디자인 일이 대부분 밤에 이뤄진다는 뜻이다. 애써 만든 디자인을 퇴짜 놓는 클라이언트, 마감을 다투며 진행되는 조판, 인쇄와 제본 도중 발생하는 사건사고까지 돌발상황은 그 양태도 다양하다. 홍동원은 언뜻 보면 얼룩으로밖에 안 보이는 낡은 유럽 지도를 들고 “이게 무엇으로 보이십니까?”란 질문을 던져‘좋은 디자인을 못 알아보는’ 클라이언트를 구슬리기도 하고, 기존의 디자인을 엎고 새로 디자인을 짜야 한다는 데 불만이 폭발한 직원들을 해인사로 데리고 가 휴양 같은 회의를 열기도 한다. 오랜 경험을 토대로 “디자인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그러니 사람이 디자인”이라 말하는 그의 방식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디자이너 홍동원(위 사진)과 그가 디자인한 책들(아래 사진). 박노해 시집과 사진집, 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 등 민감한 책 표지 디자인도 곧잘 맡은 그는 “좌우의 날개가 튼튼해야 나라가 발전한다”고 했다. 도서출판 동녘 제공
디자이너 홍동원(위 사진)과 그가 디자인한 책들(아래 사진). 박노해 시집과 사진집, 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 등 민감한 책 표지 디자인도 곧잘 맡은 그는 “좌우의 날개가 튼튼해야 나라가 발전한다”고 했다. 도서출판 동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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