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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에서 편히 쉬시길” 천경자 화백 추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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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에서 편히 쉬시길” 천경자 화백 추도식

입력
2015.10.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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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고(故) 천경자 화백 추도식에서 천 화백의 아들 이남훈씨가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고(故) 천경자 화백 추도식에서 천 화백의 아들 이남훈씨가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 새 눈이 내리고, 이 땅에 꽃이 피고, 내 마음 속에 환상이 사는 이상 나는 어떤 비극에도 지치지 않고 살고 싶어질 것이다. 나의 삶은 그림과 함께 인생의 고달픈 길동무처럼 멀리 이어질 것이다.”(천경자 ‘탱고가 흐르는 황혼’)

장남 이남훈씨가 어머니 고(故) 천경자 화백을 추모하기 위해 읊은 고인의 시는 그의 화려하나 고독했던 삶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8월 6일 세상을 떠난 천 화백의 추도식이 30일 오전 10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 1층 로비에서 열렸다. 유가족 중 장남 이씨 외에 차녀 김정희씨, 사위 문범강씨와 며느리 서재란씨가 참석했으나 미국에서 천 화백의 마지막을 지켰던 장녀 이혜선씨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추도식에는 추도위원장을 맡은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이 위원장과 유종호 대한민국예술원장, 한국화가인 최성숙 문신미술관 명예관장, 섬유예술가인 이성순 이화여대 명예교수, 금속공예가인 김홍자 미국 몽고메리칼리지 명예교수, 고인의 고향 전남 고흥군의 주순선 부군수 등이 참여했다. 또한 조선 최후의 왕손 이석(74)씨를 비롯해 문화계 인사와 시민 등 250여명이 ‘꽃과 여인의 화가’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김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천 화백의) 그림은 시간을 초월해 이국적이고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며 “천 화백이 평생 보여준 작가정신과 열정은 길이 남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의 추도제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미비하게 치러지지만 고인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24년에 고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제대로 된 추모제를 준비하고, 고흥군과 협의해 유택과 미술관 건립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가족 대표로 인사한 이남훈씨는 “지난 10여 년간 한국으로 돌아와 예술을 펼치고 싶어하셨던 어머님의 소원을 이뤄드리지 못해 저희(유가족)는 죄인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라도 어머님을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을 이 자리에 모셨으니 어머님께서 더 이상 먼 외국에서 힘들어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그토록 바라던 한국 땅에 돌아오셨으니 편히 쉬십시오”라 말했다.

추도식 후 김정희씨는 “어머님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라도 언니(이혜선씨)와 연락을 계속 시도할 것”이라며 “어머니에 관해 모아둔 자료는 전문가들이 연구 목적으로 요청하면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립미술관 내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 상설전시장에는 11월 1일까지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헌화공간이 운영된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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