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부쩍 쌀쌀해졌다. 날씨 탓만은 아니고 으스스 추운 날이 있다. 몸이 무겁디무겁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육중한 수레를 끌듯이 몸을 끌고 움직여야 하는 날이 있다. 그런데 어떤 날은 몸보다 마음이 훨씬 더 무겁다. 점점 꼬여만 가는 일로, 결국 어긋나버린 사랑으로, 기어코 불러들인 어리석음으로 마음이 무너져 땅 밑까지 가라앉는다.
북방사막딱새의 몸무게는 설탕 두 숟갈, 달걀 반 개 정도이다. 그 작은 몸으로 알래스카, 그린란드 또는 북극 툰드라에서 남쪽 아프리카까지 왕복한다고 한다. 무엇이 북방사막딱새를 날게 할까? 강도 건너고 대륙도 건너고 바다도 건너 날아가는 새. 뜨거운 햇볕 속, 거센 비바람 눈보라 속을 헤치고도 갈 것이다. 작은 날개로 수백 만 수천 만 번 날갯짓을 할 것이다.
그 새의 고통은 잘 헤아려지지 않는다. 지구 한 바퀴에 필적할 거리를 나는 북방사막딱새의 여행은 힘들고 괴롭겠지만 단지 고통과 인내뿐인 여행은 아니리라. 몸무게보다 마음의 무게가 몇 백 배 더 무겁게 느껴지는 날, 이 시인과 함께 지구 한 바퀴를 나는 “아주 작은 새”를 떠올려보자. 육중한 몸도 마음도 잊고, 작디작은 한 마리 새가 되어 높이 날며 지구를 내려다보자. 괴로움 너머가 어렴풋이 보일 것이다. 마음이 무거운 날도 이젠 두렵지 않겠구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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