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회’라고 써진 버스에서 학생들 여럿이 무리 지어 내립니다. 즐겁게 웃고 떠드는 모습이 영락없이 중학생으로 보입니다. 뒤이어 선생님으로 보이는 분도 내립니다. 얼마 안 있어 버스는 떠났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웃고 떠들기에 정신이 없고, 선생님들은 이런 학생들을 줄 세우기에 바쁩니다. 이들은 지금 어느 종교단체 수련회의 바닷가 물놀이에 참석한 학생들과 선생님들입니다.
지쳐 보이는 선생님과 달리 학생들은 오늘 하루 종일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갈 생각에 벌써부터 들떠 있습니다. 평소에도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몇몇 남학생들이 선생님의 주의사항도 들은 체 만 체 어느새 바닷가로 뛰어듭니다. 오랜만에 보는 바닷가라서 그런지 학생들 돌봄에 지쳐서 그런지 선생님도 이런 학생들을 말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들뜸과 설렘은 오래 가지를 못합니다. 물에서 나오라는 선생님 말씀에도 남학생 2명이 돌아오지를 않습니다. 학생들이 너무 먼 곳에서 놀고 있었기에 바닷가에 있던 안전요원들도 학생들을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 선생님은 애가 타게 그 학생들을 찾아 돌아다니지만 학생들은 이미 저 멀리에 표류된 후입니다. 다행히 학생들은 안전요원과 해양경찰에 가까스로 구조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휴가에 바닷가를 찾습니다. 특히 여름에는 종교시설, 장애인단체와 같은 큰 단체에서 여러 학생들을 데리고 바닷가로 물놀이하러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원한 바람과 푸른 파도는 그 동안 묵혀 있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주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이런 바닷가에서 사소한 방심만으로도 생명을 위협하는 안전사고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위의 사례처럼 선생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지 않아도 발생할 수 있고, 충분한 준비운동 없이 바로 차가운 바닷물에 뛰어들어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해수욕장에는 안전요원이 있지만,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그저 해양경찰 등 안전요원에 의존하기에 앞서 수련회를 주최한 단체들 스스로가 먼저 참가자의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수련회 참가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수련회 참가자들이 가장 잘 따르는 사람은 아무래도 선생님과 같은 인솔자입니다. 따라서 인솔자는 무엇보다 수련회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참가자들이 좋은 기분에 들떠 사전 준비 없이 물놀이를 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물에 들어가기 전 충분한 준비운동을 통해 사고를 예방해야 하며, 물에 들어갈 때에는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시켜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야 합니다. 동료가 사고를 당했을 경우 무모하게 물에 뛰어들어 사고를 키우기보다는 주위의 물건을 이용하여 구조를 하거나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도록 하는 등 안전교육도 해야 합니다.
아울러 인솔자들은 가장 먼저 바닷가 등에 대한 사전 점검도 필요합니다. 밀물 썰물 시간, 파도의 높이, 갯벌의 형태 및 수영경계선을 파악하여 수련회 참가자들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또한, 사고 발생 등 위험에 처했을 경우 신속히 구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해양경찰이나 안전요원의 위치를 확인하여 참가자 모두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참가자들이 각자 흩어져서 놀더라도 안전교육을 통해 사고에 대처하는 방법을 안다면 안전사고는 대폭 줄어들 것입니다.
종교단체, 학교, 장애인단체 등에서 바닷가로 물놀이 가는 것은 참가자 모두에게도 참가자를 이끄는 인솔자에게도 서로 친분을 쌓고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값진 경험입니다. 하지만 그 만큼 책임도 따르는 법입니다. 조그만 부주의도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수련회 참가자의 안전한 여행을 위해 주최 측에서는 참가자들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자체 시스템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것이 시작이 즐거운 여행을 끝도 즐겁게 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입니다.
홍익태 해양경비안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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