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현지 업체에 덜미를 잡히며 6년 만에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날로 성장 중인 중국 토종 업체들의 위세에 국내 자동차 산업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29일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업체별 자동차 판매 순위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주로 생산하는 현지 브랜드 창안자동차가 5위에 올랐고, 현대차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6위에 그쳤다.
9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창안자동차가 80만9,397대, 베이징현대는 이보다 8만4,692대 적은 72만4,705대였다. 2013년에는 베이징현대와 창안자동차의 격차가 20만8,581대였지만 지난해에는 14만6,688대로 좁혀졌고, 올해는 역전됐다.
현대차가 중국 현지 업체에 뒤진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베이징현대는 2013년과 지난해 상하이GM, 상하이GM우링, 상하이폭스바겐, 이치폭스바겐 등 글로벌 업체 합작법인에 이어 5위를 유지했고, 창안자동차는 6위였다. 하지만 현대차는 지난달 모델별 판매 순위 톱 10에 한 대도 올리지 못하는 등 올해 들어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도 동반 부진에 빠졌다. 지난해 판매량 순위에서 10위를 한 기아차 현지법인 둥펑위에다기아는 올해 1∼9월 39만5,771대를 판매해 15위로 밀렸다. 대신 중국 업체인 창청자동차가 10위에 진입했고, 길리자동차도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ㆍ기아차를 합치면 올해 1∼9월 판매량은 112만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4% 줄었고, 중국 내 점유율은 10.5%에서 8.8%로 떨어졌다. 반면,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3.3%포인트 증가한 40.9%였다.
절반 수준에 불과한 가격 경쟁력에 대폭 개선된 품질이 중국 업체들의 약진 이유다. 여기에 중국인들의 취향에 맞춘 디자인의 SUV를 전면에 내세운 전략도 주효했다. 중국 업체들의 1∼9월 SUV 판매량은 작년에 비해 82.0% 증가했지만 그동안 세단 중심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해온 현대ㆍ기아차는 SUV 놀라운 성장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이제는 가격만 싼 차가 아니라 품질도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왔다”며 “중국 업체의 놀라운 성장을 극복하지 못하면 국내 자동차 산업은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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