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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사진 내걸고…“난 미녀 재무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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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사진 내걸고…“난 미녀 재무전문가”

입력
2015.10.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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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물로 착각하는 리플리 증후군

경찰 수사 중에도 "돈 벌게 해주겠다"

미모의 재무전문가라고 피해자들을 속여 수억원을 가로챈 4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고 스스로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리플리 증후군’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청와대 등의 비밀자금 관리기관 직원을 사칭하거나 해외 투자를 유치해준다고 속이는 수법 등으로 37억여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안모(45ㆍ여)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이모(40)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일당 가운데 얼굴 마담 역할을 한 안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재무전문가를 사칭해 회계사와 대학교수, 대기업 임원 등 3명에게 “러시아 원유 수입을 도와 준다” “금괴 거래로 고수익을 보장해주겠다”는 등의 말로 속여 2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안씨는 일본 연예인과 모델 등 미모의 여성 사진을 자신의 프로필 사진으로 내걸고 블로그에는 화려한 세간살이를 자신의 것처럼 게재했다. 인터넷 채팅과 전화통화를 통해 피해자들로 하여금 자신을 재무전문가로 믿게 한 그는 피해자들을 통해 다른 피해자를 소개 받기도 했다.

조사 결과 3년 전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러 2년6개월간 수감됐다 출소한 안씨는 지방 대학을 졸업한 평범한 외모의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 안씨를 면담한 서울경찰청 소속 윤태일 범죄심리 분석관(프로파일러)은 “본인의 어릴 적 얘기 등 신상 관련 질문에는 우물쭈물하며 답을 피하거나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사기 내용에 대해 물으면 확신에 차 대답하며 부연 설명까지 했다”고 말했다. 윤 분석관은 “스스로 외모나 재력, 환경 등에 대한 열등감을 토로한 점 등으로 미루어 가상의 현실에 자신을 투영하고 싶은 욕망에 스스로 전문가라는 환상에 빠져 범행을 저지른 리플리 증후군의 성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안씨는 강남의 학원에서 수학 강사로 일하거나 부동산 데이터분석 아르바이트를 하며 혼자 재무분석에 관한 공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머물던 허름한 집은 소변을 담은 페트병이 십여 개 방치되는 등 집안이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안 증상 등이 심각해져 자신의 것을 버리지 못하는 ‘저장 강박’ 증세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씨는 수사 도중 담당 경찰에게도 “잘해줘서 고맙다”며 “한 종교재단의 비자금 10조원을 이용해 돈을 벌도록 소개해주겠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안씨 등의 여죄에 대해 수사하면서 달아난 이씨의 뒤를 쫓고 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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