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 없는 억만장자’로 유명한 니콜라스 베르그루엔 베르그루엔홀딩스 이사장이 서울시 명예시민이 됐다. 서울시는 29일 시청에서 박원순 시장이 베르그루엔 이사장에 명예시민증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베르그루엔 이사장은 올해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 부자’(소유자산 약 1조8,000억원)에 포함됐다. 세계 곳곳의 호텔에서 생활하며 평소 기업 투자 사업보다는 철학ㆍ정치ㆍ사회 변혁 활동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대에서 재정학과 국제비즈니스학을 전공한 베르그루엔은 1984년 자신의 이름을 딴 투자회사를 설립해 20년간 각종 인수합병(M&A) 등을 거치며 갑부가 됐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등과 함께 사망 후 재산 90% 이상을 기부하는 ‘기빙플렛지(The Giving Pledge)’ 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가 설립한 ‘베르그루엔 거버넌스 연구소’는 콘돌리사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등 전 세계 유명인사의 싱크 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명예시민증 수여는 서울시가 11월 중국에서 열리는 글로벌 거버넌스 논의 기구 ‘21세기 위원회’ 참석을 앞둔 베르그루엔 이사장을 초청해서 성사됐다. 박 시장과 베르그루엔 이사장은 2013년과 2014년 2차례 면담한 인연이 있다.
이날 수여식에는 21세기 위원회 위원인 투르키 빈 압둘라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와 던 나카가와 베르그루엔 거버넌스 연구소 부회장도 참석했다. 수여식 후 베르그엔 이사장은 이들과 함께 서울도서관에서 ‘21세기 도시의 미래와 거버넌스의 비밀’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토의에 참석해 거버넌스 철학을 전했다.
베르그엔 이사장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아름답고 현대적인 도시로 탄생한 서울은 전 세계의 모범”이라며 “도시 발전을 위해서는 중앙정부는 중앙정부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나머지는 지방정부에 권한과 업무를 이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좋은 거버넌스의 예로 스위스를 들며 “스위스는 재정 세수가 중앙과 지방에 거의 동등하게 분배된다”면서 “중앙정부는 상대적으로 정치에 집중하는 만큼 시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 등 지방이 잘할 수 있도록 재정 뒷받침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베르그루엔 이사장은 이날 승효상 서울시 총괄건축가와 함께 가구박물관을 둘러보고 30, 31일에는 은평구 진관사에서 1박 2일 템플스테이를 체험한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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