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방사청에 방위사업감독관 신설 '옥상옥' 우려
방위사업청이 바닷 속 기뢰를 탐색해 제거하는 ‘소해함’ 장비 구매 과정에서 성능 미달 장비를 100억원 이상 비싸게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구매 과정에서 선금에 대한 보증서 확보 조치를 소홀히 해 630여억원을 떼일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29일 공개한 해군전력 증강사업 추진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방사청은 2010년 12월 미국 A사로부터 기뢰 제거 용도의 복합식 장비와 기계식 장비를 각각 4,490만달러(약 510억원)와 2,538만달러(약290억원)에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방사청은 기계식 장비 가격이 동일 성능의 타사 제품보다 비싸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1,038만달러(약110억원)이나 높은 가격을 지불했다. 특히 방사청은 A사가 장비 제조능력이 없지만 제작업체인 것처럼 허위증명서를 제출한 사실을 알고도 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청이 도입한 A사 장비들은 소음기준 등이 성능기준에 미달됐고, 일부 장비는 제조사나 생산국가도 알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방사청은 또 같은 시기 미국 B사와 탐지 용도의 가변심도음탐기(VDS) 구매계약을 5,490만달러(약620억원)에 맺었지만 이 역시 전투용 부적합 판정을 받은 성능 미달 제품이었다.
이 과정에서 방사청은 납품 검사도 없이 대금을 지급하고 시험 성적서도 없이 납품을 인정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사청이 2014~2015년 뒤늦게 성능 미달을 이유로 A사와 B사에 계약해지를 통보했지만 이미 지급한 선금 7,253만달러(약820억원) 가운데 1,677만달러(약190억원)에만 보증서를 받아놓은 탓에 나머지 5,576만달러(약630억원)는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같은 감사결과에 따라 방사청장에게 담당 직원 1명의 징계를 요구하고 3명은 인사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담당 팀장 등 2명에 대해 검찰에 배임혐의로 수사를 요청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방사청에 방위사업감독관을 신설하고 자체 감사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의 방위사업비리 근절 우선대책을 발표했다. 방사청장 직속 방위사업감독관(국장급)은 사업의 계약 단계에서부터 주요 단계마다 검증하는 예방적 감시활동을 수행한다. 그러나 문제의 해결을 당사자인 방사청 손에 맡기는 셈이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옥상옥’ 감시기구 설치로 방사청 덩치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