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철 감독, "역습에 방심" 고개 숙여
8강 좌절에도 3경기 무실점 큰 의미
한국이 2015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칠레 월드컵 8강 문턱에서 유럽의 강호 벨기에에 덜미를 잡혀 대회를 마무리했다.
최진철(44)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오전 칠레 라세레나의 라 포르타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16강전에서 0-2로 패했다. B조 조별리그 1위로 1987년과 2009년 대회 이후 역대 3번째 8강을 노렸던 한국은 끝내 벨기에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국은 조별리그 참가국 중 유일하게 무실점을 기록하며 철벽 수비를 보여줬지만 이날은 경기 초반부터 잦은 패스미스로 허점을 보이며 아쉬움을 남겼다. 주장 이상민(울산 현대고)과 미드필더 김정민(금호고)이 벨기에 진영에서 짧게 주고 받은 프리킥이 패스미스로 연결돼 상대에게 막혔고, 벨기에는 순식간에 한국 수비라인 뒷 공간으로 볼을 넘겼다.
벨기에는 경기시작 11분만에 요른 반캄프의 골로 앞서 나갔다. 선제골을 내 준 한국은 이승우(바르셀로나)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지만 번번히 상대 수비에 가로막혔다. 전반 32분에야 한국의 첫 슈팅이 나왔다. 그러나 한국은 전반 내내 유효슈팅은 단 1개도 없었다. 반면 벨기에는 5개의 슈팅(유효슈팅 1개)으로 한국 골문을 위협했다.
대표팀은 후반 들어 조별리그 기니전 결승골의 주인공인 오세훈(울산 현대고)을 교체 투입하며 공격에 변화를 줬다. 이어 후반 7분에는 유주안(매탄고)을 빼고 이상헌(울산 현대고)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벨기에는 경기 후반 공세의 고삐를 더욱 죄었다. 후반 22분 한국 진영 최전방으로 길게 넘어온 패스를 받은 마티아스 베레트가 오세훈과 몸싸움 끝에 추가 골을 꽂았다. 한국은 운도 따르지 않았다. 후반 25분 오세훈이 벨기에 수비수 로랑 르무안의 퇴장을 유도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냈지만 이승우의 실축으로 추격에 실패했다. 한국은 이후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끝내 벨기에의 골 문을 열지는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캡틴 이상민은 선수들을 대표해 소감을 전했다. 그는 “4강 진출 목표를 세웠지만, 아쉽게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16강에서 탈락해 다들 너무나 아쉬워했다”며 로커의 분위기를 전했다. 최진철 감독도 “공수 전환이 상대보다 많이 느렸다. 상대의 역습에 방심했던 것이 패인”이라며 “전체적으로 경기 운영이 잘못된 것 같다.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비록 최진철호의 도전은 16강에서 멈췄지만 다양한 측면에서 ‘최초’타이틀을 얻는 등 큰 성과를 남겼다. 지난 18일 조별리그 1차전에서는 장재원의 결승골에 힘입어 전통의 강호 브라질을 1-0으로 꺾었다. FIFA 주관대회에서 브라질을 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1일 열린 2차전에서도 아프리카의 복병 기니를 1-0으로 제압하며 2연승으로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1ㆍ2차전 연승으로 토너먼트에 오른 것도 한국 축구 사상 남녀대표팀 통틀어 최초다. 24일 열린 잉글랜드와의 3차전에서는 0-0으로 비기며 무실점으로 조 1위를 차지했다. FIFA 주관대회에서 무실점을 기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조별리그에서 한국에 이어 B조 2위로 16강에 오른 브라질은 이날 뉴질랜드를 1-0으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멕시코는 개최국 칠레를 4-1로 제압했고, 나이지리아는 호주를 상대로 6-0 대승을 거두고 8강에 올랐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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