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이 남중국해 중국 인공섬 쪽으로 항해하면서 촉발됐던 미ㆍ중 간 대결 국면이 ‘군사회담 개최’라는 해법을 내놓으면서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양국간 입장 차가 뚜렷한데다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예정된 군사 훈련은 모두 소화한다는 계획이어서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은 상태다.
존 리처드슨 미 해군 참모총장과 우셩리(吳勝利)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사령관이 29일(미국 현지 시간) 화상을 통한 군사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미 국방전문 매체 디펜스 뉴스가 28일 보도했다. 이번 화상 회담은 확전을 원하지 않는 양국이 동시에 상호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전문가들은 “남중국해 갈등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군사 교류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쉐리(薛力) 중국사회과학원 국제정세 전문가는 “중ㆍ미 양국은 서로의 접촉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쑨저(孫哲) 칭화대 교수도 “비상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핫 라인 설치’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이 내달 2일부터 5일까지 중국을 방문하며, 스콧 스위트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도 조만간 방중한다.
그러나 예정된 ‘무력 시위’는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미국은 일본 해상자위대와 함께 조만간 남중국해 남쪽 및 보르네오섬 북쪽 해역을 항행한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통신 훈련, 미군-자위대간 함선 갈아타기 훈련 등을 실시한다. 중국도 다음주로 예정된 호주와의 해군 합동 훈련을 남중국해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훈련에는 특히 실탄 사격 훈련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남해함대 미사일 부대는 28일부터 미사일 공격 및 종합 방어 훈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에서 근본적 해결 방안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 미국이 주장하는 ‘자유 항해권’과 중국의 ‘고유 영토권’의 충돌은 군사 회담만으로는 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서로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당분간 해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은 내달 2, 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10개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를 열고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필리핀, 베트남 등 남중국해 분쟁에 직접 관련이 있는 국가들은 “아세안 차원의 강도 높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반면, 캄보디아 등은 “분쟁 당사자간 해결”을 주장하고 있어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