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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같은 삶을 연극으로… "우리들도 꿈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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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같은 삶을 연극으로… "우리들도 꿈이 있답니다"

입력
2015.10.2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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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배우 출연 작품 2편 공연

특수학교 아픔 등 연기로 녹여내

오늘부터 성북마을 극장서 선봬

11월 1일 서울 성북마을극장에서 가족들로부터 무시 받는 장애 여성들의 얘기를 담은 창작극 공연에 앞서 김은아(왼쪽), 전정순씨가 16일 연습실에서 대사 연습을 하고 있다. 장애인문화예술 날씨 제공
11월 1일 서울 성북마을극장에서 가족들로부터 무시 받는 장애 여성들의 얘기를 담은 창작극 공연에 앞서 김은아(왼쪽), 전정순씨가 16일 연습실에서 대사 연습을 하고 있다. 장애인문화예술 날씨 제공

뇌병변 장애인 유재근(33)씨는 십수 년이 지났지만 특수학교 재학 시절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정확히는 기숙사 생활에 대한 아픈 기억이다.

유씨는 “기숙사 사감이 월요일마다 모든 학생들을 모아놓고 전체 점호를 했었다”며 “사감은 항상 마지막에 ‘너희들이 공부해서 뭐하냐. 대학이나 사회에서 적응하지도 못할 것이다’라고 했는데 그 말이 잊히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유씨는 지난해 야학에서 함께 공부하는 장애인들과 함께 ‘투쟁이 예술이다’라는 옴니버스 형식의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가족, 지인들을 초청해 선보인 장애인 문화제의 작은 무대에서였다.

연극에서 장애인보호시설에서 폭력과 억압 피해를 입다 스스로 탈출하는 남성 역을 맡은 유씨는 특수학교 시절 기억이 연기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유씨와 연극 동료들은 이번에는 정식 무대에 선다. 유씨가 배우로 참여하는 옴니버스 연극뿐 아니라 다른 장애인 배우들의 창작극 ‘콘센트’도 함께 무대에 올려질 예정이다. 두 편의 연극을 선보일 장애인 배우들은 연극수업을 받아왔고 5월부터는 본격적인 연극 연습도 했다.

유씨는 “작년 무대에 올렸던 연극을 조금씩 다듬었다”며 “연습을 많이 못한 채 큰 무대에 서게 돼 떨리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옴니버스 연극은 유씨가 참여하는 시설탈출기행 ‘야동’(夜動)과 가족의 무시를 이겨내야 했던 장애여성들의 얘기를 담은 ‘의무방어전’ 등 4편으로 구성된다.

‘콘센트’는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콘센트, 커터 칼 등을 조립하거나 조립된 물건을 포장하는 일을 하고 있는 지적장애인 등이 배우로 참여해 실제 일하는 장애인의 삶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연극 무대를 준비한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네트워크 ‘장애인문화예술 날씨’의 관계자는 “‘투쟁이 예술이다’는 장애인의 전쟁터 같은 삶을, ‘콘센트’는 장애인의 노동과 인권 문제를 다룬다”라며 “장애인 배우들은 연극 수업과 연습 등을 통해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고 장애인에게도 꿈이 있다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두 편의 연극은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성북마을 극장에서 각각 2차례씩 공연될 예정이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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