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3개월 정도 된 새끼 고양이던 저(코리안쇼트헤어·암컷·7개월)는 서울 동대문구의 한 식당 안으로 들어 갔습니다.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나는 식당 한 켠은 참을 수 없는 유혹이었죠. 저는 식당에서 밥을 며칠 얻어 먹었지만 식당 주인 부부는 저를 더 이상 돌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아저씨는 동물보호단체에 요청한 포획틀을 설치하고 갔는데 배가 고팠던 저는 바로 잡혔습니다.
그런데 포획 틀 속 저를 발견한 다른 사람이 포획 틀 채로 트럭에 실어 퀵 서비스로 동물보호단체 카라로 보냈어요. 원래 길고양이들이 포획 틀에 잡히면 흰색 천으로 덮어서 불안감을 덜어준다고 해요. 고양이들이 스트레스에 워낙 민감해서 긴 시간 불안한 환경에 놓인 경우 건강에도 치명적일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저는 사방이 뚫린 트럭 짐칸에 실린 채 이동해야 했고, 그나마 옆에 놓였던 비닐봉지 안으로 온 몸을 들이밀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퀵 서비스로 카라에 왔다고 해서 ‘퀵이’라는 이름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하악질(경계를 하거나 위협을 가할 때 하악 소리를 내는 것)도 하고 사람들의 손길도 거부했지만 따뜻한 곳에서 언니 오빠들의 사랑을 받고 친구들과도 지내다 보니 금새 적응했어요.

제 특기는 이른바 ‘골골송’을 잘 부른다는 겁니다. 고양이들은 밥을 먹거나 가족이 쓰다듬어줄 때 등 기분이 좋을 때 갸르릉, 골골 소리를 내면서 표현하는데요, 전 사람들과 눈만 마주쳐도 골골골~ 좋다고 노래를 불러요. 저는 점프 실력도 탁월합니다. 낚싯대만 보면 1등으로 달려가 엄청난 점프를 자랑해요. 다른 어린 고양이들과도 잘 지내기 때문에 이미 고양이 친구가 있는 가정에 가도 잘 적응할 겁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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